세상의 축소판에서 민주주의를 외친다…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에서 '함께 사는 법' 배우자

입력 2022-05-30 06:30:00

전국 최초 교육기관 주도 민주시민교육센터, 올해 체험 프로그램 확대 운영
대구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전학년 대상, 올해 5천 여명 참여 예정
직접 재판 진행하고 국회 참여하며 민주시민으로서 공존하는 법 배워

지난 4일 대구 동구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모의법정에서 초등학생들이 법복을 입고 검사 역할을 체험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4일 대구 동구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모의법정에서 초등학생들이 법복을 입고 검사 역할을 체험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4일 오전 대구 동구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모의 국회에서 초등학생들이 법안을 발의하며 국회의원 체험을 하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4일 오전 대구 동구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모의 국회에서 초등학생들이 법안을 발의하며 국회의원 체험을 하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늘 쉽다. 그러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옆집 사람을 사랑하는 건 참 어렵다. 사회가 고도화하며 우리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옆집 사람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 역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시민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민주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가 주목 받고 있다.

◆ 전국 최초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올해 프로그램 확대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이하 센터)는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지난 2018년, 2·28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이에 따라 대구시교육청 역시 학교에서의 민주시민 교육이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도록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결과 전국 최초로 교육기관이 주도해서 학생 교육과정과 연계한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는 센터 건립이 이뤄졌다.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전경.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제공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전경. 대구민주시민교육센터 제공

동구 신암동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부지 내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센터는 크게 프로그램 운영 공간, 디지털 콘텐츠 체험 공간, 야외 역사 테마길 등 3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지난해 10월 개관식 이후 시범적으로 ▷디지털리터러시 ▷모의법정 ▷교육연극 ▷공공의제해결 등 4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올해부터 기존 프로그램에 ▷모의유엔 ▷모의국회 ▷소셜리빙랩 프로그램을 추가해 모두 7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대상은 대구 내 초등학교 5, 6학년, 중학교 전학년으로, 각급 학교 교원이 학년 단위로 신청하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대구 내 1천928명의 초·중학생 학생이 참여했고, 올해는 5천903명의 초·중학생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교원, 타지역 교육기관 관계자 350여 명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았을 만큼 센터에 대한 반응이 좋다. 특히 올해부터는 2.28기념학생도서관, 국립신암선열공원과 같은 지역사회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민주시민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여러 번 방문해도 지루해 하지 않도록 1년마다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며 "또 학기 중 뿐만이 아니라 방학 때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서 학생들이 참여·소통·존중의 미래역량을 지닌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판사복 입고 판결 내리고! 마을 구성원이 돼 갈등도 해결하고!

4개월 간의 시범 운영 이후 올해 3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센터 내 강사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소규모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 완화에 따라 지난 3일부터 학생들이 센터에 직접 방문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대구 다사초 5학년 학생 92명은 센터를 방문해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양한 입장과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동구 민주시민교육센터 다사초 5학년 학생들이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19일 오전 대구 동구 민주시민교육센터 다사초 5학년 학생들이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교육연극'은 그림책 '눈보라'(강경수 지음)를 읽고 책에 등장하는 갈등 상황 속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을 연극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북극곰 눈보라의 이야기에서 기후위기, 차별, 편견, 군중심리, 정체성 상실 등 저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느끼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각 문제에 대한 인물 간 갈등을 해결한 뒤 이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주관을 확립하면서도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모의법정' 프로그램에선 실제 법정 모습과 동일하게 꾸며진 모의 법정실에서 검사, 판사, 증인, 피고인, 변호인, 배심원 등 역할을 맡아 길고양이 보금자리 철거가 적법한지를 두고 형사재판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센터에서 제공하는 판사복, 검사복을 실제로 착용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출해 발표하는 등 진지하게 재판에 임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재판 대본을 작성하고 직접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웃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이날 학생들은 실제 국회 회의장을 본떠 만든 2층 세담홀에서 토의와 토론을 통해 법률안을 만들고, 상위위원회와 본회의를 직접 체험해 보는 '모의국회' 프로그램, 환경 기사에 대한 팩트 체크 활동을 통해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보는 '디지털 리터러시', 마을 구성원이 돼 마을에서 발생하는 공공 문제를 해결해보는 '공공의제'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이날 모의국회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사초 5학년 서유라 학생은 "의사국장 역할을 맡아 우리나라의 사회 문제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봄으로써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체험을 통해 앞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깊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정묵 대구시교육청 미래교육과장은 "민주 시민 역량은 공공 문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해결하는 경험 속에서 기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참여와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민주 시민 역량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