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후보 공약 구체성 낮지만 토론은 1번
국민의힘은 경선 남발 사실상 현역 12년 허용
TK 민주당 지리멸렬에 견제 실종… "중앙-지방 연계 필요"


대구경북(TK)의 지역 일꾼을 뽑는 '시민의 축제'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정책도, 인물도, 경쟁도 실종된 '3무(無) 선거'로 전락했다.
일단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부진 속에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는 등 일찌감치 국민의힘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선거의 핵심 존재 가치인 '경쟁'이 사라졌다. 또 국민의힘은 '기계적 경선'을 남발하며 다선 단체장에 대한 견제에 실패, 새 인물조차 제대로 등장시키지 못했다. 자연스레 지역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구체적 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됐다.
이대로라면 '경쟁을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지방선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TK 지방권력의 경쟁력까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 후보 토론 딱 한 번 '정책 실종'
당장 지역민들은 가장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마저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형국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지만, 이미 선거 구도부터가 한쪽으로 무게추가 크게 기울었다는 평이다. 대선 후보에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가 가진 '이름값'을 넘고자 다른 후보들이 고군분투하지만 여의치 못한 형편이다.
이렇게 선거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구시 정책을 둘러싼 후보들 간의 공방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의 4년을 책임질 중요한 시장 선거에서 '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현재까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상당수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령 홍 후보의 대구공항 이전터 '두바이식 개발'과 '플라잉카' 등 공약은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런데 이를 면밀히 검증하고 토론할 기회마저 잃었다. 시장 후보들의 TV토론회는 법에서 정한 딱 한 차례만 계획됐고, 심지어 시점도 사전투표 전날이자 평일인 26일, 그것도 밤 11시에 이뤄진다. 저조한 시청률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이 끊임없이 추가 토론을 요구했지만, 이미 유리한 입장을 잡은 홍 후보가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국힘 '경선 남발'에 '현역 불사'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나마 작동해야 할 국민의힘 내부의 거름망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공정'을 앞세워 TK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직 단체장들이 모두 손쉬운 승리를 가져가며 '새 인물'은 거의 등장시키지 못했다.
가령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8개 구청장·군수 후보를 모두 경선으로 선출했는데, 현직 공천 배제(컷오프)는 배기철 동구청장 한 명에 그쳤다. 3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세 명(배광식·류한국·이태훈)이나 있었지만 모두 컷오프되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으며, 8자리 중 6자리를 현직 후보가 가져갔다. 현직자가 패배한 경우는 아예 없었다.

그나마 포항·영주·군위 등 세 곳의 현역 단체장을 컷오프했던 경북도당은 미숙한 운영으로 공천 파행을 빚은 끝에 결국 컷오프를 번복했고, 이강덕 포항시장이 경선 끝에 세 번째 공천장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신한 '새 인물'을 거의 등장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만약 당의 '텃밭' 대구경북에서 계속 이런 형태로 '기계적 경선'을 감행한다면 사실상 현직에게 12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한 관계자는 "달성군과 동구를 제외하고는 지난번 선거에 나왔던 사람이 그대로 또 공천을 받아 출마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면서도 "중앙당 공관위의 방침부터 경선을 원칙으로 했고, 교체지수 조사에서도 배기철 동구청장을 제외하면 특기할 점이 없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경쟁 실종이 경쟁력 약화 불렀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의 실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경쟁할 정당이 없으니 정책이 사라졌고,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니 현직자 견제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날선 견제구를 던져야 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경북도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며 선거 시작도 전부터 자멸했다는 평이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만 놓고 보더라도 대구 8명, 경북 24명의 후보만 간신히 공천하며 국민의힘에 무려 40곳의 무투표 당선을 허용했다.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기초의원 공천을 두고는 내홍을 빚으며 당이 두 갈래로 쪼개지는 사태를 빚었다. 결국 민주당 대구시당의 선대위 발대식은 간판급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홍의락 전 의원은 물론, 지난 2018년 처음으로 당선됐던 지역구 시의원들도 대거 불참한 반쪽짜리로 치러졌다.
김 전 총리와 홍 전 의원은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임미애 후보의 출정식에는 모두 참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영향도 있지만 결국 민주당이 지역 정치인들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아예 후보를 못 낸 지역도 많지 않느냐"며 "대구경북도 우리나라의 한 지역이고, 민주당이 지역을 버리지 않는 이상 정치인을 육성할 뭔가를 해야 하는데 중앙당은 관심이 없고, 시·도당은 지리멸렬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도 민주당은 사실상 중앙에서 대구경북을 돕지 않고 있다. 잠깐 들렀다 가는 것을 넘어 지역 현안에 대해 조사하고,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인력을 내려보내는 등 중앙과 지방이 연계해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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