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인 꽃과 이파리,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봄의 숨결

입력 2022-05-25 10:05:14 수정 2022-05-25 19:38:16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공모 선정작 전시
김서울 작가 ‘봄에 닿다’…6월 2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김서울 작가의 작품. 드라이플라워, 희망을 붓다 외. 봉산문화회관 제공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김서울 작가의 작품. 드라이플라워, 희망을 붓다 외. 봉산문화회관 제공

투명한 유리상자 속, 투명한 아크릴판과 필름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새겨진 푸른 이파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색색의 붉은 꽃과 시원한 물줄기가 경쾌함과 싱그러움을 더한다. 화원의 한가운데, 혹은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온 듯 화사한 온실의 광경이 펼쳐진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장의 아크릴판과 필름을 일정한 간격으로 벌여놓은 형태다. 앞에서 마주한 그것들은 층층이 겹쳐져, 마치 하나의 그림과 같은 모습이다.

김서울 작가는 판화 기법 고유의 특성과 판재의 물성에 대해 끊임없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유학시절 일본 슌요우카이 공모전의 판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해왔고, 귀국 후에도 동판화 에칭작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판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현대사회의 결핍이나 욕구 등을 작품에 담아온 김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삶에 대한 사유와 생활환경의 변화를 얘기한다. 특히 판화, 회화, 설치 등 다양한 기법을 혼재시켜 무한한 확장성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찾아낸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행위의 연장선에 있다. 사방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유리상자'라는 공간이 그에게 자유를 더했다. 공간적 한정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김 작가는 일상에서 관찰한 이미지를 투명필름에 병치시켜 평면과 입체, 시간과 공간 모두를 유리상자 안에 구현하는 공간해석법을 선보이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김서울 작가의 작품. 드라이플라워, 희망을 붓다 외. 봉산문화회관 제공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김서울 작가의 작품. 드라이플라워, 희망을 붓다 외. 봉산문화회관 제공

무엇보다 김 작가의 초점은 전시 제목처럼 '봄에 닿는' 행위들이다. 그가 꽃을 말려 봄을 잡아두거나, 베란다를 화분으로 가득 채워 작은 정원을 만들고, 봄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매일 물을 줬던 행동들. 그런 것처럼 김 작가는 필름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봄을 찍어넣음으로써 유리상자 가득히 봄을 가져오고자 했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 모두는 계절에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지난 2년을 힘겹게 보냈다"며 "드디어 진정한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장의 필름 위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평면적이고 납작하다. 하지만 겹겹이 층을 만들면 때로는 이미지가 서로를 가리며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고, 빛과 투영시켜 겹쳐지기도 한다. 필름 위의 이미지가 나란히 서서 서로 가까이 닿았을 때, 그 사이를 채우는 어떤 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의 숨과도 같다. 작업하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미지들이 좀 더 숨쉴 수 있게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아트스페이스는 관람객이 전시공간 밖에서 유리를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 설치된 작품을 다방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

작가는 귀띔한다. "작품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태양 빛,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시장 외부를 여러 방향으로 천천히 돌며 감상하면, 실제 자연이 그러하듯 시시각각 변하는 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모두가 봄에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053-661-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