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한 가정의 가장이거나, 소중한 자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한 해 사망자는 30만 명이 넘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무수한 죽음이지만 헛되거나 소중하지 않은 이는 없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통계에 의하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882명으로 건설업 458명, 제조업 201명, 서비스업 122명, 기타 101명이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천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등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이러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국회에서 통과되어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882명으로 전체 사망자 비율의 0.2% 수준이다. 정부는 하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사망에도 원청 사업자에게 책임을 끝까지 물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산업재해 사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절한 법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우리 사회와 정부는 자살률 세계 1위를 방치하며 남의 나라 일인 듯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은가?
통계청의 2020년 사망자 중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에 의한 사망은 2만6천여 명으로 8.7%에 달한다. 질병 외적인 사망률은 자살, 운수사고, 추락사고 순이다.
특히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OECD의 표준을 활용한 38개국의 10만 명당 자살률 평균은 10.9명이며, 한국은 23.5명으로 두 배 이상 높다. 연령별로는 10, 20,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40, 50대의 사망 원인은 암에 이어 2위다. 50대 이하의 자살률이 전체의 65%이며 이들은 한 가정의 아들, 딸이었으며 가장이었다.
한 해 동안 자살한 1만3천195명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학교와 직장에서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다시는 학교와 사회로 복귀하지 못했다.
또한 교통과 운수사고로 한 해 3천947명이 사망했으며, 혼술과 스트레스 해소로 술 소비가 증가하며 5천155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까지 2만3천400명이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도 많다. 질병관리청과 서울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5만8천 명으로, 이로 인해 12조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자살을 중대재해법에 준하여 따져보자. 청소년의 죽음을 방조하고 방임한 책임을 가족에게 묻고, 제대로 된 교육 환경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책임은 선생님과 학교장, 교육감, 장관, 총리, 대통령을 처벌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시 경영자와 기업의 과중한 처벌에 힘을 남용하는 정부를 보며 국가는 국민을 위해 올바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는다.
모든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공정해야 할 것이다. 죽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할 수 없다. 자살률 세계 1위 기업, 대한민국. 방임하고 방조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중대재해법에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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