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치력의 부재, 대구와 부산의 초격차

입력 2022-05-04 19:11:29

이상준 사회부장

이상준 사회부장
이상준 사회부장

0원 vs 13조 7천억 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부산 가덕신공항을 건설하는데 투입하는 국비 '차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13조 7천억 원을 투입하는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국무회의 의결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꺼져 가던 가덕신공항의 불씨를 되살린 건 결국 '정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부산 방문 당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시사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부산 정치권이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즈음해 발의한 가덕신공항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함께 모든 난제가 풀렸다.

영남권 신공항 용역 당시 최하점을 받은 가덕도가 특별법에 의해 신공항 입지로 결정나고, 천문학적 국가 재정 투입 방안까지 확보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산의 정치력이 다시 회자된다. 3일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윤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유치하겠다"고 밝힌 부산월드엑스포가 '2030 세계박람회 유치 및 성공적 개최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반영됐다.

부산의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로 꼽히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과 '가덕신공항 등 권역별 거점공항 추진'도 명시됐다.

반면 대구는 이렇다 할 어젠다가 없다.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 정도가 겨우 이름을 올렸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윤 당선인이 국비 지원을 약속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이번 110대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 재정 사업으로 건설하는 가덕신공항과 달리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통합신공항은 단 한 푼의 국비도 지원받을 수 없다. 특별법에 따라 기존 K2(군공항) 부지를 팔아 신공항 건설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13조 7천억원을 또 다른 특별법에 따라 예타 면제로 지원받는 가덕신공항과 '초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부각되는 대구와 부산의 차이는 결국 정치력의 차이다. 새 정부의 부산 어젠다 설정에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장 의원은 인수위 내에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대통령실에 전담 비서관(미래전략비서관)을 신설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산 정치권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다시 결집하고 있다. 국무회의가 의결한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는 2035년으로 애초 부산이 목표로 했던 2029년보다 6년 늦춰졌다. 부산 정치권은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을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의 핵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2029년 개항한다면 내세울 것이라곤 2028년(예정) 먼저 개항하는 것밖에 없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대구경북 정치권의 역할은 여전히 기대하기 힘들다. 국비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1년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구경북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에서도 특별법 통과가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회장 자리까지 오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그의 저서 '초격차'에서 격(格, LEVEL)의 차이를 만드는 불변의 원칙으로 '리더'와 '조직력'을 꼽았다. 리더와 정치력의 실종, 이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 시대 대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