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의 공천 맞나?…혼선 넘어 혼란 가중하는 국힘 경북 공천 사태

입력 2022-05-03 17:15:57 수정 2022-05-03 20:31:12

6·1 지방선거…"잘못된 조사 돈다" 제보에도 경북도당 뒤늦게 발표 취소
지역민 불신 가지게 한 참극

김재욱 국민의힘 칠곡군수 예비후보는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공천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에 항의했다. 홍준표 기자
김재욱 국민의힘 칠곡군수 예비후보는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공천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에 항의했다. 홍준표 기자

"이게 공당의 공천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 발 공천 잡음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심 공천' 논란으로 삭발식, 몸싸움 등으로 경북 일부 지역이 몸살을 앓더니 급기야 기초단체장 후보 확정 발표 7시간 만에 재경선으로 선회하며 망신살 뻗치는 지경이다.

이처럼 경북공관위가 공천 관리에 허점을 보이는 탓에 "혼란가중위원회"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김재욱 국민의힘 칠곡군수 예비후보는 3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당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지만 제가 가진 권리로 중앙당과 경북도당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북공관위가 전날 오후 김 예비후보의 공천 확정을 발표했으나 밤늦게 이를 취소한 데 따른 반발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칠곡군수 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업체 2곳을 선정, 500명씩 배당해 30·1일 양일 간 지지도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가 안내음성 녹음본에 칠곡군수가 아닌 '상주시장 후보로 누구를 지지합니까' 라고 했다. 그리고 한 예비후보가 경선 결과 발표 후 이를 문제 삼자 경북공관위는 재조사로 결정을 뒤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북공관위와 이를 지원하는 도당 사무처가 대선 승리에 취해 업무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이날 김 예비후보가 "해당 오류에 대해 인지하고 1일 도당에 잘못된 여론조사가 돌고 있다고 제보했다"면서 "이후 도당은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하고 계속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발표한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실수"(경북공관위 해명)였다면 최초 도당에 알려왔을 때 경북공관위에 보고하고 조사를 멈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업체는 청송군수 경선 여론조사에서 후보 간 단일화로 이미 사퇴한 후보를 포함했는가 하면 '전 경북도의원'인 한 후보의 대표 경력을 '전 충북도의원'이라고 소개하는 등 엉터리로 진행하다가 중도에 멈추는 사달이 벌어졌다.

경선 중 오류에 상이한 조처로 "공천 관리가 엉망"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는 "통상 정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년 매출 실적 상위 10개 업체를 경선 여론조사 위탁 업체로 선정한다. '성수기'를 맞은 업체가 실적을 올리고자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과다 수주하고, 경북공관위와 도당이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참극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내용은 분명히 업체 잘못이지만, 책임은 경북공관위원장인 김정재 도당위원장(포항북) 몫"이라면서 "당이 문제가 된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지역민에게 공당의 공천에 대한 불신을 끼친 점은 크나큰 흠결"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혼선을 넘어 혼란을 가중하는 공천 사태에 경북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앞서 도당위원장을 하려고 이 꽉 깨물고 달려들더니 이러려고 그랬나'라는 뒷말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억울해할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재욱 국민의힘 칠곡군수 예비후보는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공천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에 항의했다. 홍준표 기자
김재욱 국민의힘 칠곡군수 예비후보는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공천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에 항의했다. 홍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