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결’ 속의 생명력…지용선 작가 아홉번째 개인전

입력 2022-05-17 10:19:06 수정 2022-05-17 18:18:39

31일까지 문화예술공간 1997빠리 1~2층

지용선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뒷 벽면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이연정 기자
지용선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뒷 벽면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이연정 기자
지용선 작.
지용선 작.
지용선 작.
지용선 작.

"수십년째 작업을 멈추지 않고 이어오고 있지만, 새로운 주제에 대한 창작의 목마름은 계속 있어왔죠. '결'은 많은 고민 끝에 얻게 된 주제인데 마침내 하고 싶은걸 찾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구 수성못 앞에 있는 문화예술공간 1997빠리(대구 수성구 용학로 84). 카페인 듯, 갤러리인 듯 공간 곳곳에는 활력이 넘치는 그림들이 걸려있다.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지용선 작가(경운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의 제9회 개인전 '결'이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지 작가는 "작가는 전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으며, 다시 창작 의욕을 얻는다"며 "사람들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할 수 있는, 문화 접근성이 높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광고회사에 10여 년 근무했다. 이후 24년째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늘 꽃, 나무, 풀, 산 등을 관조하며 그림을 그려왔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해 캔버스에 번개 같이 옮겨담았다. 그랬던 그의 눈에 어느 순간부터 '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상이 형상화되기까지의 과정에 생각이 닿았어요.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저들도 한 세상을 걸머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우리의 주름처럼 그들의 결이 보였지요. 자연의 순수함과 오묘함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 작가는 나무 막대, 자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물감을 두드려 결을 표현한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거친 작업이 겹쳐지며 남겨진 결들은 빈 틈이 없다. 결 사이에는 상처가, 영광이, 눈물이, 웃음이, 고통이, 환희가 숨어있다. 그림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우주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는 "나무를 가만히 살펴보면 뻗어나가는 줄기, 이파리, 꽃잎마다 결이 다 다르다. 지나온 계절, 겪은 환경들이 고스란히 결로 표현돼있고 그것은 곧 생명력을 의미한다"며 "그밖에도 해가 뜨고 질 때의 결, 바람결, 숨결 등 모든 결에서는 웅장함과 위대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 작가는 재료와 표현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 작가는 정년이 없지 않냐며 웃어보이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느껴졌다.

"전시가 끝나고나면 지인들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등 곁에 남겨두질 않습니다. 작업실을 텅 비워야 이전의 작품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작업에 붓을 쓰지 않는 것도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함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공부를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