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법안 옳다고 판단하면 文 대통령이 직접 공포하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폭주가 끝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를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일엔 검수완박의 다른 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할 태세다.

민주당은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꼼수를 총동원한 데 이어 다수 의석을 무기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3일 오전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원래 오전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뤄서라도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법안 공포를 맡기자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법안 하나 처리를 두고 이렇게도 꼼수와 편법, 횡포가 난무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여당의 검수완박 입법 폭주는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저러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증폭시킨다. 여러 사건에 연루돼 '윤석열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검수완박 법안을 들고나온 것부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로부터 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키려면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포장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은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지 알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다.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것보다 국무회의를 열어 법안을 공포할 가능성이 높다. 총리에게 법안 공포를 떠넘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이 옳다고 판단한다면 국무회의를 열어 직접 공포해야 한다. 74년간 유지돼 온 형사 사법 체계를 공청회 한 번 없이 하루아침에 바꾸고 적법 절차 위반, 입법 쿠데타, 헌법 정신 훼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검수완박 법안을 본인이 공포하고, 그에 따른 법적·역사적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