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 대구지검장 “검찰청법 개정안 위헌 소지, 날치기 통과 안된다”

입력 2022-04-27 19:01:27 수정 2022-04-28 07:14:08

매일신문 단독인터뷰, “공직자 선거범죄 막은 것 큰 문제, 절차적 적법성도 못 갖춰”
"중대범죄수사청 급조할 수 없어... 인력, 예산, 노하우 결합 치밀하게 검토해야"
"정치권력 수사 내려 놓더라도 민생범죄 수사는 할 수 있어야"

27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7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직접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혹은 '검수단박'(검찰 수사권 단계적 박탈)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 조직은 격앙했다. 전국 검사와 수사관 수천명이 대검찰청에 "검수단박은 위헌이므로 국회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호소문을 보냈다.

이날 오후 만난 김후곤 대구지검장 역시 "입법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절차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단호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 이번 개정안,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대표적인 부분만 꼽자면 공직자와 선거범죄 수사를 막았다. 선거범죄는 법리도 어렵고 공소시효도 6개월로 짧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사건 등 권력기관 선거개입관련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데 이제 수사할 수 없다. 대형참사 수사도 못한다.

법리에 밝은 검사와 현장수사에 밝은 경찰이 힘을 합쳐 수사하면 안되나? 송치 이후에야 검사가 사건의 실체를 살펴보면 너무 늦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법안이고 중대한 입법권 남용이다.

- 대검에서는 가결 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 효력정지 신청 검토한다는데.

▶내용상, 절차상 위헌적 요소가 상당하다. 위헌이냐 아니냐에 앞서 입법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절차가 지켜졌느냐가 더 큰 문제다. 절차적 적법성은 무시됐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법인데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청취는커녕 관계기관 의견 조회도 제대로 안됐다. 다수당의 횡포다.

- 검찰의 수사기능은 왜 반드시 필요한가.

▶수사와 기소는 동전의 양면이다. 분리할 수 없다. 또 검찰의 수사 노하우가 사장됐을 때 피해는 국민에 돌아간다. LH 직원 땅투기 사건을 봐도 그렇다. 검찰은 6대 범죄가 아니어서 정부합동수사본부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1,2기 신도시 투기조사를 주도했던 노하우를 수사과정에서 펼칠 수 없었다. 나중에 검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데 유기적 협력을 어떻게 하나. 처음부터 합동수사가 됐더라면 LH사건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말들도 많다.

▶부작용이 많지만 특히 기존에 검찰이 하던 고소사건도 이제 다 경찰이 하니 사건 지연 정도가 심각하다. 경찰이 열심히 안 해서 그런가? 그렇지 않다.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의 책임이다. 그 사람들이 문제를 고치고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하려고 하는 게 안타깝다.

-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고 검찰을 포함한 전문 수사인력을 배치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6개월만에 준비하고 1년의 경과를 두고 운영하자는 건 완전히 난센스다. 차기 정부 5년 내에 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최소 5~10년은 두고 준비할 일이다.

검찰의 부패대응 기능을 중수청으로 보내고, 경찰로 보내는 형태라면 예산, 인력, 노하우를 결합하는 것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문인력과 예산, 노하우를 어떻게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관 간 결합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 하루 아침에 못한다. 공수처만 해도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이번 정부에서 이미 검찰의 힘을 빼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정부 제1의 국정과제가 검찰 개혁이었다. 문무일 총장, 윤석열 총장때까지 검찰의 과도한 수사권을 통제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수사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주요한 것만 40개가 넘게 만들어졌다. 다 세면 100개가 넘는다. 공수처도 만들고 수사권 조정법안도 통과됐다.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져 있고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국회가 감시할 때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5년 동안 개혁 잘못했다는 것 자인하는 게 아닌가.

- 검수완박 찬성 측에서는 검찰의 힘이 너무 강하다고 얘기한다.

▶어느정도 공감한다. 다만 검찰이 정치권에 칼을 대는 수사를 해 세 보이는 거다. 정치권 고소 고발은 경찰에 보내 경찰이 1차 수사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나 모든 문제를 검찰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불러온 부분이 크다. 그런 것들만 없어져도 검찰 힘이 너무 강해보이지 않을 거다.

- 정치 권력에 대한 수사를 내려놓을 수 있나.

▶권력 수사 그 자체가 나쁜건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검찰은 '센 사람'들과 싸우도록 설계된 조직이다. 이걸 자꾸 없애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동안 과도한 수사를 벌여왔고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정부에서 전국의 특수부를 대부분 없애고 지금 6개 남았다. 이미 최소한으로 남겨놓은 상태인데 그걸 또 3개로 줄인다는 것이다. 부패 수사나 금융범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킬 수 있는 대응 능력이 있을 것인지 굉장히 의문스럽다.

-검찰이 정치적 도구로 쓰이지 않도록 독립성을 강화하면 되겠는가.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해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은 문제다.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진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많이 다루면 오히려 검찰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선거 사건 수사하다 보면 결과에 따라 여야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크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고소 고발 사건은 검찰이 최대한 다루지 않도록 특별법을 만들자. 그런데 왜 민생범죄까지 못 다루게 하느냐는 얘기다. 핵심은 거기에 있다.

-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등 비판도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져 이미 검찰 비리를 대부분 공수처나 경찰이 수사한다. 필요하다면 더 가혹한 통제제도를 국회가 만들어 달라. 그렇다고 수사권을 박탈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 이른바 검찰의 '전관예우'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답변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설명하자면 전관예우 문제는 과거 특별수사 영역의 문제였다. 주로 부패와 경제범죄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조정안에도 검찰에 수사권이 남아 있는 영역이기 떄문에 이런 주장은 잘못됐다. 그리고 비슷한 논리라면 청탁이나 로비 가능성이 있으니 국회의원에게 입법권하고 예산심사권을 분리하라고 요구할 일 아닌가? 과한 지적이다.

-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야를 떠나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호소한다. 잘못된 법안은 부결돼야 한다. 토론을 통해 정말 제대로 된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본회의에서도 수정 가결이 가능하다.

- 검찰 지휘부가 이미 '줄사표'를 냈다. 법안 통과 시 사퇴 의사 밝혔는데.

▶검찰을 떠나기 싫지만 중차대한 문제기 때문에 내가 직을 걸고 이걸 막아야겠다 생각했다. 통과 시 이걸 못 막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후곤 대구지검장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6년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찰청 대변인,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대구지검장으로 부임했으며, 지난 25일 법의날을 맞아 부패범죄 수사에 기여하고 검사 공익대표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비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27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7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