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망신주기 '아파트 앞 시위' 못 막는 이유는…집회 자유와 충돌

입력 2022-04-26 16:05:00 수정 2022-04-26 22:14:08

지난해 5월 관련 법안 발의됐지만 1년째 계류
아파트 거주자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충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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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사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구호를 제창하자 일부 아파트 주민은 왜 여기서 시끄럽게 시위하냐며 항의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5월 북구 아파트 2곳에서 경북 군위군 민주노총 공무직 노조가 밤늦은 시간까지 시위를 이어가다 주민들과 큰 마찰을 빚었다. 해당 아파트 2곳에는 군위군 부군수와 임금협약 교섭을 하는 주무부서 과장이 각각 살고 있었다.

현행법은 헌법기관인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와 주요시설인 대통령관저·국무총리의 공관 등에 대해서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확성기를 이용한 단체시위로 아파트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각종 소음, 교통 불편 등을 겪어도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다.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에게도 아파트 앞 시위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시위자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 일쑤다. 집회 시간과 소음도, 횟수 등 경우에 따라선 가장 질이 낮은 형태의 시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구 한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앞 시위자들은 특정인에게 망신 주는 형태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상 당사자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5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앞에서 단체집회를 열거나 시위용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파트 출입구 인근의 시위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얻었을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 조항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관련 법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는 1년째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하고 있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이미 마련됐다는 이유다.

2020년 12월부터 심야 시간대의 소음도 기준을 60dB에서 55dB로 5dB 강화한 점과 시간대별로 정해진 소음기준(75∼85dB)을 초과할 경우 확성기 사용을 중지할 수 있도록 소음 규제를 강화했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아파트 거주자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충돌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9월 13일 열린 제391회 국회(정기회) 제2차 전체 회의에서 단 한 차례 언급됐을 뿐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아파트 입주민을 담보로 삼아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법안 제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