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나 훌라 대표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전면 해제됐다. 이와 함께 그간 중단되었던 각종 지역 축제들이 다시금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간 움츠러들었던 관광 산업과 문화 예술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두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이전으로 돌아가도 되는 것인가.
축제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마음껏 놀고 자유와 끼를 발산하는 자리이다. 동시에 그저 먹고살기 바쁜 평소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문화의 가치를 되새기고 드높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축복과 축하가 축제의 정신이다.
그런데 이러한 축제의 정신에 지극히 반하는 축제가 이 땅에 번성하고 있다. 다름 아닌 동물 축제다.
축제 이름으로 동물이 전면에 쓰이므로 얼핏 봐서는 동물이 주인공인 것 같다. 동물에 집중한 콘텐츠가 주를 이룬 축제들이니까.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주인공은커녕 대상 동물이 철저히 이용당하고 고통받는 축제가 열린다.
살아 있는 동물을 전시하고, 만지고, 잡고, 먹는 일차적이고 즉물적인 행위에 착안한 프로그램과 상품을 판매하는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가 바로 그 사례다. 동물의 안녕과 복지에는 완전히 무관심하면서 동물의 이미지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만을 탐하는 이중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인간만이 겪은 세계적 대유행이 퍼졌을 때 사람들은 동물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원인을 동물에게 돌리면서, 정작 인간이 동물을 대해 온 방식이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무관심했다.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거래하며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건 전염병을 만드는 레시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마스크를 낄 것이며, 방역지원금을 어떻게 받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지 코로나19가 왜 생겼는지,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 우리와 동물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 부족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 임시방편적인 증상 대응이 아닌 원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의 소비 방식과 관계 맺기 방식의 문제를 직시하고 코로나19 이전이 아닌 이후의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동물 축제 또한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동물을 죽이는 대신 살리고, 잡는 대신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재미로 죽이거나 괴롭히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가르치는 반생태적, 반환경적, 반생명적 축제에 반대하는 대안 동물 축제가 가능하다.
지난 2018년에 열렸던 '동물 축제 반대 축제-동물의 사육제'나 2020년 진행된 '브레멘 음악대'처럼, 동물을 잡거나 먹거나 괴롭히는 대신 살리고 지키며 즐기는 진짜 동물 축제가 가능하다. 동물과 연결되고 축복하는 축제를 할 수 있는데, 과거에 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까닭이 전혀 없다. 살아 있음에 대한 축제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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