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무소속 출마' 군불 때는 지지층… 대구 민주당, 대선 이어 또 분열?

입력 2022-04-20 17:08:01 수정 2022-04-20 21:38:21

14일 오전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4일 오전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의락 전 의원의 대구시장 무소속 출마가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그의 지지층이 조직까지 구성해 '시민 후보를 만들자'는 명분으로 연판장을 돌리며 의견을 모으는 등 구체화된 움직임에 들어가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시민단체 '대구 대전환 지방선거 대구시장 시민후보 만들기' 측은 최근 "대구시장 선거에 범시민 후보를 만들어내자"며 '구글 폼' 링크를 돌려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을 넘어 시민사회와 힘을 합친 범시민 후보를 출마시켜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게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단체는 형식 상 시민단체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홍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명분을 더하려는 지지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참가자 상당수가 기존 민주당 관계자들이기도 하지만, '시민후보'라는 단어를 처음 선거판에 올린 당사자가 홍 전 의원이기 때문이다. 홍 전 의원은 지난 14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대구시민들이 동의하면 시민후보로 출마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만약 홍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면 대구 민주당은 지난 3·9 대통령 선거에 이어 또 다시 지지층 분열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당시 대구에서는 민주당 대구시당의 선대위 구성에 반발한 지지층이 별도의 '시민 선대위'를 꾸리는 등 갈등이 일었다.

다만 홍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세력과의 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시민후보 출마를 추진 중인 단체 역시 주로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대구시당 한 관계자는 "우리 혼자 힘으로는 '보수 텃밭'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까지 대구의 반(反) 국민의힘 세력이 하나로 뭉쳐 시민 후보를 추대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아직 동참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선거가 불리한 전장에서 치러지는 건 사실이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 順
(왼쪽부터)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 順

이에 정치권에선 홍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서재헌(민주당)·한민정(정의당)·신원호(기본소득당) 등 범진보 후보들과의 단일화에 나서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으며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일각에서는 홍 전 의원 측이 물밑에서 범진보 후보들과 협상한 뒤 '추대' 형식으로 무소속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전 의원 측이 무소속 출마에 부담을 덜 수 있는 강한 명분을 원하고 있는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추대를 통한 출마를 선호하며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다른 후보들이 이런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서재헌 전 동구갑 지역위원장을 대구시장 후보로 단수 추천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채 외곽에서 뜸만 들여온 홍 전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