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빅데이터와 AI·IoT 기술 적용 '펫테크' 돌풍
'육아는 장비 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육아용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기 키우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예전처럼 가스 불 앞에서 땀 흘리며 힘들게 이유식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수시로 물 온도를 점검하지 않고 손쉽게 분유를 탈 수 있는 도구도 있다. 아기를 안고 흔드느라 근육통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이런 흔들기 노동은 '바운서(bouncer)'라는 기기가 대신해 준다.
"시대가 변했는데 우리 견주들도 스마트하게 살아야죠. 강아지 보살피는것도 장비 빨이라고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펫테크(Pet-tech)'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견주 또한 늘어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조은정(30) 씨는 본인을 '스마트 견주'라 소개한다. 그렇다면 은정 씨, 아니 '스마트 견주'와 그의 반려동물 토리의 하루는 어떨까. 육아 못지 않게 육견의 장비 빨도 대단한 걸까. 그들의 일과를 따라가 봤다.
◆ 반려동물 전용 스마트 기기 적극 활용
오전 8시. 삐빅- 소리와 함께 자동 급식기에서 사료가 쏟아진다. 잠에서 깬 강아지 토리는 익숙한 듯 밥그릇 앞으로 간다. 몇 분이 지나자 은정 씨의 휴대폰에 알림이 뜬다. "오늘 토리는 200g 중 180g을 먹었습니다"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입양했을 때 거의 필수적으로 구입하는 제품이 있었다. 바로 자동 급식기다. 과거 자동 급식기는 보호자가 미리 한 끼 먹을 양을 통 안에 넣어두면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내보내는 정도의 역할만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메라를 장착해 CCTV 기능까지 하거나 연령과 체중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알아서 사료 양을 조절해 주는 등 한층 더 고차원적인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토리가 전날 남긴 잔여 사료가 확인되면 자동 급식기는 적정량만 공급해요. 하루 종일 집을 비울 때도 한결 마음이 편하죠" 사료를 다 먹고도 급식기 앞에서 서성이는 반려동물의 모습이 감지되면 추가로 급여도 가능하다. 게다가 해당 기기를 휴대폰과 연동시키면 사료 통에 사료가 부족하거나 식기 세척을 해야 할 시기가 오면 알림이 온다.

아침 산책까지 다녀오니 벌써 오전 10시. 은정 씨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출근까지 시간을 계산해 보니 목욕 시키기가 꽤 빠듯하다. "그래도 목욕만 시키면 말리는 건 기계가 해주니깐요. 얼른 씻기고 나올게요" 은정 씨는 흠뻑 젖은 토리를 네모난 기계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기계 속 토리는 개운하다는 듯 하품을 쩌억 해댄다. 상자 처럼 생긴 기계는 '펫 드라이룸'으로 반려동물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입체 바람은 가슴 털, 배 털 등 완벽히 건조하기 어려운 부위까지 말끔히 말려주기 때문에 털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피부질환으로부터 반려동물을 보살필 수 있다. 사용하는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반려동물은 문에 부착된 투명창을 통해 드라이 기능을 사용하는 중에도 주인을 지켜보며 안심할 수 있다.

목욕을 마친 토리가 은정 씨 옆으로 쪼르르 온다. 목욕을 잘 참아냈으니 간식을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리고 몇 분 후 '위잉' 소리를 내는 물체가 거실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자 토리도 그것을 따라 후다닥 달려간다. "아 저거요? 간식 로봇이에요. 바쁠 때 저거 이용하면 얼마나 편하다고요" 시간이 많다면야 가만히 앉아서 잘게 자른 간식을 하나하나 나눠 주면 된다.
하지만 현대인은 늘 여유가 없기 마련. 자동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간식을 하나씩 떨궈주는 로봇을 이용하면 반려동물 양육이 한결 수월해진다. 적은 양을 배분해서 배출하기 때문에 과식 걱정도 없다. 움직이지 않는 게으른 반려동물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간식을 먹으려 따라다니다 보면 누워 있기 좋아하는 녀석들도 어느새 헥헥 대고 있다.
"요즘엔 토리가 로봇의 패턴을 읽은 모양이에요" 기계는 일정의 충격이 가해지면 간식을 배출하는데 토리가 그걸 알고는 언젠가부터 로봇을 스스로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것. "이럴 때 보면 아무리 스마트기기가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해주는 게 더 나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 사람 가전에도 펫 케어 겸용 속속 등장
"제가 1시 전에는 출근을 해야 해서요. 기자님도 같이 나가실 거죠?" 집을 나서기 전 은정 씨는 공기청정기를 펫케어 기능으로 작동시킨다. 공기청정기 펫케어 기능은 반려동물 털과 배변 냄새, 각종 먼지 등을 흡입해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의 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특성에 맞춰 제품 하부에서도 공기를 빨아들인다. "토리가 웰시코기인데, 털이 잘 빠지기로 유명한 견종이거든요. 이거 없으면 큰일 나요"

펫팸족 증가에 따라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매년 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 1조9000억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5년만에 3조4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펫 가전제품 역시 종류가 점점 더 넓어지는 추세다. 급수기, 드라이룸, 자동급식기, 자동장난감, CCTV 등 기본 케어에 필요한 제품은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다. 기존 제품에 펫 관련 기능을 더한 공기청정기, 세탁기, 청소기 등도 인기다.
세탁기와 건조기에는 반려동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물질인 '알레르겐'을 제거하는 세탁·건조 코스를 적용시켰다. cctv가 부착된 로봇 청소기도 있다. 외출 시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생활하는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다. 반려동물이 10초 이상 심하게 짖거나 장시간 움직임이 없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사용자에게 알림이 전송되기도 하며, 청소기에 탑재된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 안정시킬 수도 있다.

◆ 스마트폰 앱도 활용, 스마트한 견주랍니다
"토리 보여드릴까요? 오늘은 웬일로 거실에 나와있네요" 은정 씨는 근무 시간 틈틈이 스마트폰 앱으로 혼자 있는 토리를 관찰한다. 집에 설치된 cctv는 휴대폰 앱과 연동 돼 밖에서도 언제나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토리야 잘 놀고 있지?" 휴대폰에 대고 말을 하자 cctv 속 토리가 귀를 쫑긋 된다.

퇴근길에는 산책 앱을 켜서 강아지 산책 경로를 미리 알아본다. 해당 앱에는 반려동물 동반 식당을 찾는 기능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전국의 숙박업소, 식당, 카페 등을 검색할 수 있는데 견종과 사이즈를 입력하면 더 빠르게 검색이 가능하다.
토리는 웰시코기로 중형견에 속하기 때문에 소형견보다는 식당 입장에 제약이 크다고. "오늘은 산책 전에 토리와 새로 생긴 강아지 동반 레스토랑에 가보려고요. 보통 중형견은 잘 안 받아주던데.. 발견하고 며칠전 부터 설레어서 두근대는 중입니다"

은정 씨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에 관련된 앱이다. "동물 병원에 매번 갈 수는 없잖아요. 비용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그럴 때 앱을 이용하면 맘이 좀 놓여요" 토리가 어떤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은정 씨는 스마트폰에 깔아 놓은 건강 앱부터 킨다.
병원에 가기 전 원격 수의사와 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토리 이빨이 좀 이상해서 사진을 찍어 궁금한 내용과 함께 보내니 몇 분 후에 바로 답장이 오더라고요" 상담 내용을 선택하면 이미 비슷한 사례로 상담받은 다른 견주들의 내역도 나온다.
빅데이터와 AI기술을 기반으로 집에서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을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몇 달에 한 번은 소변검사 자가키트로 토리의 건강을 체크해요. 반려동물 소변을 키트에 묻히기만 하면 건강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는 앱도 있더라고요". 소변을 묻힌 키트를 건강 앱에 업로드하면 1분 안에 10가지 이상의 의심 질병을 감지한다. 한 번의 촬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동물병원 비용을 알아볼 수 있는 앱도 있다. 아직 비수도권 지역은 많이 등록되지 않았지만, 병원비가 걱정인 반려인들에게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해당 앱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데 유난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반려동물은 자식과도 같은걸요. 자식 키우는데 돈 안 아끼잖아요. 스마트 기기나 앱으로 토리를 편하게 키워서 좋고. 또 토리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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