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걸인 보면 먹을 것 꼭 채워주시던 어머니
저도 배운 대로 어려운 사람 위해 나누며 살죠


어머니, 자꾸만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 부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는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0년이 넘었건만 자꾸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하나뿐인 딸이었던 저는 철부지 시절 어머니 사랑을 받기만 했었죠. 하지만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가 베푸신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천사 중에 천사셨죠. 매번 제게 사랑을 주고 베푸셨어요. 제 이름을 남자이름처럼 지으신 것도 행여나 일찍 죽어버릴까봐 귀하게 자라라고 지어주신 이름임을 이제 압니다. 그런 어머니는 저를 너무 자랑스럽게 여기셨더랬어요. 소학교 다니던 시절, 서울에서 살 때였지요. 그 때 어머니는 저를 자랑하고 싶으셔서 동네에 노래부르는 무대가 있으면 꼭 저를 불러 올려서 노래를 부르게 하셨더랬지요.
그러다가 옛날 남산에 방송국이 있던 시절, 어머니는 저를 라디오에 노래자랑 하는 프로그램에 보내셨었지요. 우리가 살던 동네에 라디오가 있는 집이 우리 집 뿐이었기에 어머니는 "우리 기호 라디오에 나온다"며 "목소리 들어보라"며 동네 사람들을 집으로 모았었었지요.
노래를 잘 하지 못했어도 어머니는 "우리 기호 잘한다"며 칭찬해 주셨죠. 그 때만 해도 부끄러워서 어머니 치마폭 뒤로 숨기도 했고, "부끄럽다"며 손사래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게 어머니가 저를 사랑하는 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세상을 살 때도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신감있게 살 수 있었어요.
50년 전 대구로 오면서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됐지요. 생신 때 찾아뵐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때로는 왜 그렇게 빨리 제 곁을 떠나셨는지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아요. 환갑이 지나신 지 얼마 안 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외사촌 형제들이 어머니의 사진을 코팅해서 준 게 있는데, 항상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누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동네에 걸인이 지나가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셨지요. 걸인을 불러 그들의 깡통이나 바가지에 먹을 것을 꼭 채워주셨지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나누며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몇 년 전에 어머니에게 배운대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했더니 '아너 소사이어티'라는 데에 가입도 시켜주고 하네요. 이런 제 모습을 살아서 보셨더라면 어머니가 어떤 말씀을 제게 해 주셨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마 "우리 기호, 정말 잘 했다" 하지 않으셨을까요.
한두 달 뒤면 어머니 기일이 다가오네요. 어머니에게 사랑을 참 많이 받았는데 살아생전에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을 못해 드린 것 같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예뻐하던, 혹시라도 일찍 탈이 날까 걱정했던 외동딸은 이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네요. 제가 어머니 곁으로 가게 되면 어머니께 "우리 기호 잘 살다 왔구나"라며 칭찬 듣고 싶어요.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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