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음악창작소, 청년 뮤지션 산실로 ‘우뚝’

음반제작 지원 등 ‘음악인들의 지원군’ 자리매김

대구음악창작소 운영진들이 녹음 스튜디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종 조명감독, 이민지 주무관, 장은경 예술창작팀장, 황경수 녹음감독. 김도훈 기자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하나 둘."

지난 1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음악창작소 3층 녹음스튜디오. 보컬부스와 컨트롤룸을 오가는 황경수 녹음감독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는 다음날 예정된 녹음 작업을 위해 마이크와 믹싱콘솔을 현란하게 매만지며 장비를 점검했다.

황 감독은 지난 2019년 대구음악창작소에 합류하기 전 20년 가까이 서울 홍대 앞에서 녹음실을 운영했던 실력파 엔지니어다. 밴드 블랙홀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황 감독은 "서울에 있을 때부터 대구엔 역량있는 뮤지션이 많다고 느꼈다"며 "이들과 함께 작업하며 대구에서 대중음악 제작기반을 다지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2016년 9월 운영을 시작한 대구음악창작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기반형음악창작소 조성지원 사업'에 대구시와 남구청 컨소시엄이 선정되며 들어서게 된 시설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1천143㎡ 규모로, 음반 제작을 할 수 있는 녹음 스튜디오, 90석 규모의 공연장, 연습실 등을 갖췄다. 운영은 남구청이 맡고 있다.

특히 이곳 녹음 스튜디오 장비는 수준급이다. 보컬 녹음을 위한 마이크 1대 가격이 1천만원을 넘는다. 메인 부스엔 대구에서 유일하게 그랜드 피아노가 설치돼 있다. 서울의 웬만한 중소규모 스튜디오보다 우수한 시설을 갖췄다는 게 황 감독의 평가다. 정현수 밴드 '아프리카' 매니저는 "대구음악창작소가 생기면서 지역 뮤지션들이 원하는 수준의 음원을 얻기 위해 서울을 오가던 번거로움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엔 광역자치단체 권역별로 모두 15곳의 음악창작소가 있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시민 대상 생활음악 교육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구음악창작소는 역량 있는 지역 뮤지션이 많은 특성에 맞춰, 그들이 프로 뮤지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앨범제작 지원이다.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든 대구음악창작소는 지금까지 정규 앨범과 EP(미니앨범), 싱글 앨범까지 모두 44팀의 51개 음반 제작을 지원했다. 올해는 14팀을 지원할 계획이다.

밴드 '이글루'는 2018년과 2020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총 3차례 앨범제작 지원을 받았다.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장영은 씨는 "대구음악창작소의 지원으로 2018년 첫 EP를 발매했다. 여러 지원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앨범제작 지원 말고도 다양한 창작지원 사업과 교육사업을 병행한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대구음악창작소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대구를 노래하다'와 '오픈 스테이지', 'D루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대구를 노래하다는 대구의 명소, 추억 등 유‧무형의 모든 것을 소재로 한 창작곡 공모전이다. 매년 미발표 창작곡 중 4곡을 선정해 음반제작과 활동지원금을 지원한다. 오픈 스테이지는 대중음악 성장을 위한 우수한 기획을 선정해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D루키 프로젝트는 신진 뮤지션을 위한 사업으로, 매년 지역 방송사와 손잡고 경연을 통해 잠재력을 지닌 우수한 뮤지션을 발굴해 성장을 돕고 있다.

그룹 아프리카는 지난해 "더욱 다양한 팀이 앨범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좋겠다. 전년도 지원받은 팀이 올해 또다시 사업에 선정되는 것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음악창작소는 이들 의견을 반영해 올해 사업엔 음원 발매 경험이 없는 뮤지션만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추가했다.

대구음악창작소 업무를 총괄하는 장은경 남구청 예술창작팀장은 "대구음악창작소가 더욱더 든든하고 세심한 지역 뮤지션들의 지원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