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12> 피아노 교칙본 '바이엘'과 '체르니'

입력 2022-04-04 10:42:59 수정 2022-04-04 11:35:13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우리나라에서 피아노 교재로 주로 바이엘과 체르니를 사용한다. 바이엘이나 체르니는 피아노 교재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 연습곡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다. 바이엘은 독일 작곡가 바이어(Ferdinand Beyer·1803~1863)가 피아노 초보자를 위해 만든 교칙본 'Vorschule in Klavierspiel' Op.101이다.

바이엘은 피아노 입문 과정으로 악보를 읽는 법과 손가락의 운지와 훈련 등에 대해 기초적인 것부터 익히도록 한다. 이 교칙본은 총 106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교칙본은 1876년 미국의 교육자 메이슨이 일본에 전한 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곡자 바이어의 이름을 따서 '바이엘'이라 부른다. 정작 독일에서는 이 교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러시아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교칙본 바이엘의 연습이 끝나면 체르니로 넘어가게 되는데 곡의 난이도에 따라 체르니100번, 체르니30번, 체르니40번, 체르니50번의 순서로 쳐나간다. 체르니는 보통 손가락 연습이나 음계 훈련용의 '하농'과 함께 친다. 교재 뒤의 숫자는 각 교재의 악곡 수를 말하는 것으로 30번보다 40번이 더 어렵고 40번보다 50번이 더 까다롭다.

피아노를 배우는 대부분 사람은 체르니30번까지 치는 경우가 많은데, 체르니30번과 40번 사이에 난이도가 확연히 차이 나기 때문이다. 보통 체르니40번까지 쳤다고 하면 피아노를 친 경력이 적어도 4, 5년이 넘는다. 이때 체르니와 함께 모차르트나 베토벤 소나타를 병행하여 치게 함으로써 작품을 통한 음악성을 쌓게 한다. 이후 50번은 거의 다루지 않고 이쯤되면 쇼팽의 에튀드를 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것은 쇼팽 이후 피아노 테크닉의 발전으로 보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쇼팽이나 리스트 등의 낭만파 연습곡으로 넘어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때문이다.

이 교칙본의 저자인 체르니(Carl Czerny·1791~1857)는 음악교육가로 알려져 있으며,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체르니는 베토벤의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7살 때 작곡을 했고 9살 때부터 대중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하지만 대중들 앞에 연주하는 것이 부담되어 20살 즈음 연주계에서 은퇴하고 음악교육과 작곡에 전념했다.

체르니가 10살되던 해 베토벤 앞에서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을 연주했는데 베토벤이 깊은 감명을 받아 어린 체르니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체르니는 15살되던 해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의 제자 중 리스트가 가장 유명하다. 체르니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리스트에게 레슨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성심성의껏 피아노를 가르쳤다. 나중에 리스트는 보답으로 파리를 여행할 때 스승인 체르니의 작품을 자주 연주했고 '12개의 초절 기교 연습곡'을 헌정하기도 했다.

체르니가 남긴 세 권의 에튀드 곡은 교육용 작품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는다. 체르니는 우리에게 피아노 음악교육가로 알려져 있지만 작곡가로서 1천여 곡이 넘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바이엘과 함께 베토벤 당대의 천재 음악가였던 체르니는 무대공포증(?)으로 연주가의 길보다 피아노 음악교육에 매진했다. 이유야 어떻든 음악교육에 매진함으로써 체르니는 많은 음악인에게 피아노 음악교육의 훌륭한 길라잡이가 된 것이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