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측 청탁로비 받은 경주 원전시민단체장…사퇴 여론 불붙었다

입력 2022-04-05 09:56:01 수정 2022-04-07 23:58:37

"위원장, 시민단체활동 와해공작에 동조한 책임…사퇴해야" 지역사회 거센 비난

지난 3월 31일 열린 경주원전 범대위 업무보고회에서 한수원 측의 로비 청탁을 받고 성명서 발표를 무산시킨 이진구 위원장에 대한 사퇴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박진홍기자
지난 3월 31일 열린 경주원전 범대위 업무보고회에서 한수원 측의 로비 청탁을 받고 성명서 발표를 무산시킨 이진구 위원장에 대한 사퇴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박진홍기자

한수원 측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경주원전시민단체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한수원 측의 '공기업 사장 알박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활동에 대한 와해 공작'에 동조한 책임을 물어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고 있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이진구 위원장은 지난 3월 28일 경주시청 별관 기린빌딩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 재연임 반대 성명서' 발표를 강하게 주도했다.

이 위원장은 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일부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4년 간 경주를 홀대한 정 사장을 가만히 놔 둘 수 없다"며 설득작업에 나서는 한편 시집행부에도 전화로 강한 관철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소위원회가 열린 다음날 찾아온 한수원 고위 간부들의 청탁을 받고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아선 후 3월 31일 열린 범대위 업무보고회에서 성명서 발표를 끝내 무산시켰다.

범대위 업무보고회 당시 박몽룡·박희순·김영숙·정현걸·이은희·김유식 등 참석위원 대부분이 정 사장의 '지역 홀대론과 소통 부재'를 비난하며 성명서 채택을 요구했으나 이 위원장은 독단적으로 무산시켜 버렸다.

범대위 내부에서는 "한수원 측의 밀실 공작에 넘어간 이 위원장은 이미 위원장 자격을 상실했다"는 사퇴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수년 전 한수원 사외이사직을 맡았기 때문에, 한수원을 견제하는 범대위 위원장직을 처음부터 맡아서는 안되는 인물이라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민단체와 경주시의회로도 이 위원장 사퇴론이 강하게 번지고 있다.

경주시민총회 의정감시위원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이 위원장이 한수원의 로비와 청탁에 의해 범대위 결정을 독단적으로 무산시켰다면 시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며 비판했다. 심정보 위원장은 "경주시원전정책자문기구 위원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처신을 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의회 A의원은 "시의회 의장을 2차례나 역임한 이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기업 알박기' 반대 입장과 정면충돌한 것은 지역 정가에도 엄청난 부담"이라면서 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B의원은 "이 위원장은 현재 경주시 전광판·LED 공사와 시 공무원 인사개입 등에 관한 구설수도 많다"며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이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