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수 판세] 곽용환 3선 퇴임 고령군, 국민의힘 8명 난립

입력 2022-04-04 16:32:25 수정 2022-04-04 20:47:01

보수 성향 강한 지역…지역 기반 내세운 무소속 출마자 당선권 위협 가능성도
후보 8명 중 5명이 전직 공무원 출신

(시계방향) 나영강, 여경동, 이남철, 임영규, 정찬부, 배기동, 박정현. 임욱강 順
(시계방향) 나영강, 여경동, 이남철, 임영규, 정찬부, 배기동, 박정현. 임욱강 順
고령군청
고령군청

현직 곽용환 군수가 3선을 채우고 퇴임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경북 고령군은 보수정당에서만 후보 8명이 난립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고령군은 민주당계 정당이 1995년 이후 한 번도 군수 후보를 내지 못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고, 자연스럽게 후보군 모두 국민의힘 공천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구가 3만여 명에 불과한 지역인 탓에 공천 구도가 어그러지면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한 무소속 출마자가 당선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특히 고령은 8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이 전직 공무원일 만큼 공직자 출신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경북도청과 고령군청, 경찰까지 공직 성향도 다양하다.

나영강 전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광역행정 전문가임을 내세워 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과장은 "고령의 기반경제는 농업이고, 그 분야에 많은 정책을 갖고 있다"며 "다른 후보군 가운데서 광역행정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적 네트워크도 넓고, 비교행정을 통해 다른 시·군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여경동 전 고령경찰서장은 순경부터 총경까지 경찰관으로 활동하며 청와대 경호실까지 거친 경력을 앞세워 대부분 지방행정을 했던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여 전 서장은 "기존에 여기서만 공직을 한 사람은 시각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고령 발전의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중앙부처 시스템보다는 아무래도 지방조직은 뒤떨어져 있다. 경찰에서 보고 느낀 시스템을 도입해 고향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남철 전 고령군 행정복지국장은 12년 간 이어진 곽용환 군수의 시정에 대해 가장 잘 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행정의 연속성'을 내세웠다.

이 전 국장은 "고령은 장기간 답보상태였기 때문에, 공직에 있는 동안 그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가야 할 길을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며 "당장 군정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준비하고 배울 시간이 없더라도 침체된 고령을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임영규 전 고령군 건설과장은 군청 현장 부서를 고루 거쳤다는 점을 무기로 삼는다.

임 전 과장은 "건설과와 도시과·환경과 등 현장 부서를 오가며 8개 면 구석구석을 다녔기에 지역을 가장 잘 알고, 발전시킬 능력이나 지식도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책상머리에 앉아 결재만 하기보다 현장을 직접 다니는 현장 실무형 군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임욱강 전 고령군 기획실장은 2018년 무소속으로 고령군수에 출마, 41.7%의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접전을 벌였지만 곽 군수에게 석패한 이력이 있다.

재도전에 나선 그는 "4년 간 절치부심해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엔 8개 면 모두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아 자신감이 크다"며 "정직하게 원칙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존경받는 군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공직자 그룹에 맞서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출신도 도전장을 냈다.

박정현 전 경북도의원은 재선 도의원 경력을 앞세웠다. 군수와 도의원을 모두 1명씩만 선출하는 고령에서 무소속 출마해 도의원에 당선된 만큼 지역 장악력은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다.

박 전 도의원은 "16년 간 고령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해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군수 역할은 정치쪽으로 치중돼 있다. 테두리 안 공직자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의 폭넓은 시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기동 전 바르게살기 경북도협의회장은 고령에서 자동차판매대리점을 운영해온 '경영인' 경력을 앞세워 대부분 공무원 출신인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잡고 있다.

배 전 회장은 "12년 간 공무원 출신 군수가 재임한 고령은 안정적 요소는 충분히 갖췄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민간 부문의 장점을 도입한 경영행정시스템을 적용한다면 고령군의 내일은 분명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부 전 고령신문 대표는 '4만 인구·5천억 예산'을 공약으로 내걸고 도전장을 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군수에 출마했다가 도의원으로 유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한 경력이 있다.

정 전 대표는 "인구 4만 명을 달성하는 한편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를 반드시 활성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