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청 지난해 고산골 어린이 체험장 내 기억공원 조성
기억공원 내 어르신 치매예방 시설에 아이들 발걸음은 끊겨
어린이 체험장 내 놀이시설 부족 의견도
지난 26일 낮 찾은 대구 남구 고산골 공룡공원. 공원 한켠에 마련된 어린이 체험장에 아이들 대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있거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본래 아이들이 야생토끼와 체험활동을 하던 곳이었다. 남구청이 지난해 12월 어린이체험장 옆에 어르신 치매예방을 위한 '앞산기억공원'을 조성하면서 어르신들이 더 많은 공간이 됐다.
엄마와 이곳을 찾은 한 아이는 구석진 풀숲에 들어간 토끼를 보고 5분도 안 돼 다시 돌아갔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대부분은 어린이체험학습장에서 약 330m 떨어진 공룡공원에서만 무리지어 놀았다.
대구 남구청이 어린이 체험장에 치매예방공원을 조성하는 등 어울리지 않은 공원 명칭과 시설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남구청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조성했으나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구청에 따르면 앞산기억공원은 고산골 공룡공원 인근 고산골 관리사무소 앞에 어르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해 12월 조성됐다.
앞산 기억공원이 조성된 이곳은 본래 '고산골 어린이 체험학습장'으로 아이들이 야생토끼와 체험활동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다는 인식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 체험장까지 찾지 않게 됐다.
이곳에서 만난 7살 딸을 둔 A(38) 씨는 "예전부터 자주 찾았는데, 치매예방 체험시설이 들어선 뒤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줄어든 아이들 발걸음에 노인들의 아쉬움도 크다. B(72) 씨는 "요즘은 도통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기억공원 조성 후 아이들이 더 줄어든 느낌이다. 공원 명칭이 본래 공간을 훼손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어린이 체험장 내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생화 체험장은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엔 마땅한 체험할 콘텐츠가 없을뿐더러 야생 토끼 역시 2마리에 불과해 굳이 체험장까지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남구청 관계자는 "최근 이곳 어린이 놀이시설도 새 것으로 교체했고 꽃도 피고 날씨도 풀리면 어린이집에서도 나들이 활동이 많아져 많은 어린이들이 기억공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