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선거전략 짰는데"…핵심 참모진도 권영진 불출마 몰랐다

입력 2022-03-30 16:58:03 수정 2022-03-30 21:00:01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의 6·1 지방선거 불출마는 핵심 참모들조차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의 불출마 선언 가능성은 29일 저녁부터 흘러나왔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깐부인지를 잘 선택해야 대구에도 희망이 생긴다"며 3선 도전 의지를 강조한 만큼, 처음엔 풍문에 불과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권 시장 측 핵심 관계자 전원이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들은 30일 새벽 권 시장 의사를 직접 확인한 후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불출마설을 사실로 인정했다.

권 시장 측 핵심 관계자는 "우리 참모들은 29일 오후까지 홍준표 의원의 공식 출마선언에 대비한 향후 선거전략을 짜고 있었다. 당장 30일에 페이스북에 올릴 글까지 작성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29일 저녁 늦게부터 기자들이 불출마 가능성을 물어왔다. 당시 시장님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 바 없어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30일 새벽에서야 시장님의 결단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참모들은 30일 권 시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자체 회의를 갖고 향후 시정 계획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지만 시장님의 결단을 존중한다. 남은 임기 동안 시정을 잘 마무리하도록 조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중구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 시장의 갑작스러운 결단은 대구지역 국회의원 대다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29일 아침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권영진 시장을 만나보니 불출마 기미가 없었는데,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해서 많이 놀랐다. 기대보다 낮은 지지율에 고민이 많아 보였는데, 결국 뜻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대구시청 브리핑룸 백드롭엔 3선 도전 의지를 담은 '중단없는 혁신을 통해 내일이 더 행복한 대구를 만들겠다'고 적혀 있어 덤덤한 어조로 불출마 입장문을 발표하는 권 시장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일각에선 권 시장의 결정이 얼마나 급박하게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