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지역 균형발전 전략의 새 틀 짜기

입력 2022-03-29 15:17:13 수정 2022-03-29 18:10:09

김현기 대구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현기 대구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현기 대구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전임 정부에서 해 온 정책과 업무들을 파악하고 평가하여 새로운 국정 운영의 얼개와 기본 설계도를 촘촘히 그려야 한다.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정부들이 실패한 정책으로부터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는 일도 긴요하다. 부처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과 실행 단계에서의 이면(裏面)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원활하게 소통하는 일이야말로 필수적인 활동 원칙이다. 그래야 새 정부의 정책이 적시적기에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 행동화 계획까지 준비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 중에 처음으로 설치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활동과 향후 흐름은 특히 중대한 의미를 품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부르짖고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왔지만 범수도권과 특정 지역에만 사람과 돈이 몰리고, 이런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고 자조(自嘲)할 만하다. 혁신도시2,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거듭되는 처방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책 성과의 가속력을 잃고 있다. 이렇듯 전략과 정책의 대전환이 절실한 시점에 특위가 균형발전 정책의 공과(功過)를 면밀하게 살필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과제들을 정하고 지역별 현안들을 점검하고 있다는데 특히 번쩍 눈에 띄는 내용들이 있었다. 첫째, 지역과 지역을 묶는 통합발전전략으로서의 '특별구역' 설치와 지방대학 육성. 둘째, 균형발전 예산 확대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내부 구조 개혁. 셋째는 특위의 상설기구화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수립하겠지만 일단 특위의 새판 짜기는 방향성을 잘 잡았다고 본다.

균형발전의 철학과 전략은 어려운 지역을 살리고 형평성을 기하자는 차원에서만 보면 안 된다. 국가의 전략자원들을 지역 기반으로 고르게 배치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여기에 지역의 대학들이 중요한 연결 핀 역할을 할 수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산·학·연·정 네트워크와 기업·대학 간 협력 인프라 구축 등 여건을 전략적으로 조성하여 국가균형발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관련 예산이나 사업 행태를 보면 지역별 특성이나 발전 속도 등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강원도' '호남권·제주도' 같은 두루뭉술한 권역별 방식으로 묶음으로써 지역별로 예산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낙후된 지역에 제대로 된 처방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이 정부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예산구조도 지역이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보다 중앙에서 공모를 하여 지원하는 몫이 월등히 크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공모 방식이 지역의 불필요한 경쟁만 촉발하고 재정이 좋은 자치단체들이 더 가져가는 부익부 빈익빈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예산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을 기대한다.

컨트롤타워도 재설계해야 한다. 힘센 부처들 눈치 안 보고 실질적인 총괄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담 정부 조직을 구성하기 바란다. 현재의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균형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사업권을 쥔 담당 부처에 밀려 균형발전의 목표를 상실하고 가속력을 잃고 있다. 어쩌면 위원회 형태의 조직이 해내기에는 균형발전 정책의 폭과 범위가 너무 광활할지 모른다. 그래서 위원회의 상설화에는 다소 우려가 된다.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기에 적합지 않다면 차라리 총리실에 종합 조정 역할을 맡기는 것은 어떨지?

'균형발전영향평가제'와 '균형발전지수'를 만들어 모든 부처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할 때 스스로 따라야 할 기준과 준칙으로 삼는 방안도 강구할 만하다. 아울러 현재 연간 1조 원에 불과한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대폭 확대하고,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육에만 투입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교육에도 쓸 수 있도록 하자. 지방대학과 지방정부, 교육청, 지역 기업으로 '학산정 연합체'를 구성하여 활용한다면 지속 가능한 선순환 재정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