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군 아버지 "유엽이 통해 조금씩 변화와 성장 요구하며 전진"
코로나19 발생 초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게 사망한 고(故) 정유엽(당시 17세 고교생) 군의 2주기 추모제가 19일 오후 경산시 남매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를 포함해 대구경북 인권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번 추모제에는 정 군의 가족과 친구, 시민 등 100여명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특히 이번 추모제는 정 군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추모와 애도를 갖추거나 말하지 못한 모든 아픔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연대하자는 뜻에서 '기억, 애도, 연대'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 군의 아버지 정성재(55) 씨는 "지난해 3월 18일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 의료 한 걸음 더'라는 슬로건으로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380km의 도보 행진을 마치고 바로 이 자리에서 했던 외침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아직 눈에 띄는 큰 변화와 성과는 없지만 유엽이를 통해 조금씩 사회의 건전한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며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엽이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추모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안과 치유가 되었듯, 코로나19로 희생된 수많은 가족분들의 아픔도, 사회적 공감과 위로를 통해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유엽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 공공의료 체계 강화와 확대를 통해, 누구나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정성재 씨의 도보행진 첫날 일정을 함께했던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은 "며칠 전 대구시장이 제2대구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유엽이가 하늘에서 공공의료를 지켜주고 있고, 아버님께서 발을 다쳐가며 서울로 걸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추모했다.
지난 15일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시작으로 봄바람 순례에 나서고 있는 반전평화순례단 문정현 신부와 단원들도 이날 함께 했다. 문 신부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죽은 김용균의 어머니가 나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고, 코로나19로 희생된 유엽이의 부모 등이 나서 국민의 안전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거다"고 연대의 말을 했다.
이어 정 군의 친구와 지인 등이 나서 애도와 추모의 사연을 나누고 헌화 등을 하고 마무리 했다.
한편 정유엽 군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3월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동네 약국에서 줄을 선 이후 고열 증세를 보였고, 이에 같은 달 12일 집 근처인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해열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 하루 뒤 상태가 악화돼 다시 이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돼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아버지 차를 타고 영남대병원에 입원했고, 18일 급성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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