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 탁현민 발언에 국힘, "조롱 매우 부적절"

입력 2022-03-17 16:44:30 수정 2022-03-17 20:58:08

탁현민 "대통령 집무실서 비서동까지 뛰면 30초, 걸으면 57초"
국민의힘 "마지막이라도 책임과 진중함 보여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7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을 두고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조롱과 비아냥의 탁 비서관은 마지막이라도 책임과 진중함을 보여달라"고 반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할 테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탁 비서관은 "이미 설치·운영·보강돼 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들,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일해 온 정원 담당 아저씨, 늘 따뜻한 밥을 해주던 식당 직원, 책에도 안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구술해 주던 시설관리 담당 아무개 선생님도 모두 그리워지겠죠"라고도 적었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가 사람들의 관심과 가보고 싶은 공간인 이유는 거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전에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를 반환했을 때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 관심이 사라지고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집무실을 옮기고 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탁 비서관은 또 "지극히 개인적으로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면서도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라고 적었다.

'윤 당선인'을 1909년 당시 일제 통감부에, '국민'을 왕정 체제의 신민에 비유한 셈이다.

탁 비서관은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이유 중 하나로 꼽은 '현재의 청와대 내 집무실과 비서동 간 사이가 멀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며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헉헉"이라고 비꼬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자 직접 이동 시간을 재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임기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 시대의 신민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년 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뭐라 말할 텐가"라며 "자신들이 하면 옳은 일이고 다른 이들이 하면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고 싶은 '내로남불 DNA'를 버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