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윤석열시대, 한중관계는 정상화될까

입력 2022-03-14 11:34:26 수정 2022-03-14 17:16:38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중국 베이징의 '최고 당국자'를 긴장시킨 모양이다.

보수 정권의 재등장은 지난 5년간의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지 수시간 만에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자 중국은 다음 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서둘러 보내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하면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중국의 변화된 외교 자세다.

시 주석은 축전을 통해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동반자"라고 강조하면서 "올해는 중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며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자"고 말했다.

시 주석의 축전 속에 담긴 메시지는 향후 전개될 한중 관계의 변화와 긴장을 함축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교 10주년, 20주년 때마다 우리는 성대하게 기념식을 하면서 자축해 왔다. 지난 2012년 수교 20주년 베이징 기념 행사장에는 주석으로 내정된 시 주석(당시 부주석)이 직접 참석, 축하할 정도였지만 지금의 한중 관계는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수교 30주년을 강조하면서 '초심'을 언급한 것은 무언의 '경고' 의미가 담긴 듯해서 씁쓸했다.

중국의 우려는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우리 외교의 기본을 '한미동맹' 강화를 중심으로 다자외교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에 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관해 온 친중(親中) 노선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천명한 데 대한 경계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사실 중국은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보다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기를 내심으로 바랐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직후 빚어진 심판 판정 시비 논란 등으로 인해 국내의 반중 정서가 고조되자 이 후보가 "(중국 어선이) 불법 영해 침범하면 그런 건 격침해 버려야 한다"며 돌출성 발언을 한 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언급한 윤 당선인보다는 이 후보를 적극 응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중 관계는 수교 초기와는 물론이고 '전략적 협력동반자'까지 격상된 최상의 수준과 달라도 너무 다르게 급전직하했다.

30년간 한중 관계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2년 수교 직후 '선린우호협력'(김영삼)에서 협력동반자(김대중), '전면적 협력동반자'(노무현), '전략적 협력동반자'(이명박) 등으로 점차 강화돼 왔다. 2015년 전승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 한중 관계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지만 '사드 배치' 이후 급랭하면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중국을 방문,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와 보복 조치 철회 등을 약속했으나 한 번 어긋난 한중 관계는 좀처럼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의 뒷골목에서 연출한 '혼밥' 소동이나 수행 한국 기자단에 대한 중국 경비원의 폭행 사태 등은 중국 측의 외교적 홀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친중'이라기보다는 저자세 대중 사대주의로 비난을 자초했다.

중국은 한술 더 떠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회담 와중인 2019년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전격 방문, 대놓고 북한을 지지하면서 '북핵 협상'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결정타를 가했다.

중국을 대국으로 받들면서 '소국'을 자처한 한국 정부의 저자세에 맛 들인 중국이 친미 노선을 기본으로 한중 관계 재정립을 추진하려는 윤 당선인의 새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

싱 중국대사가 지난해 언론 기고를 통해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는 거친 주장을 펼친 바 있어 중국에 되묻고 싶다.

중국, 당신이 추구해 온 중한 관계는 중조(북중) 관계나 중미 관계의 부속품 정도로도 취급되지 못한 것 아니냐고.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든 한미일 협력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확대하든 간에 중국이 관여할 바가 아니며 주제 넘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내정간섭 아니냐고. 북한이 핵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때까지 중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으며, 우리의 자위적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안보 위협 요인이라고 생난리를 치는 논리는 타당한 것이냐고. 또 협박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