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외교안보)  

입력 2022-03-16 10:12:16 수정 2022-03-16 15:17:18

장동희 전 주핀란드 대사(전 경북대 초빙교수, 법학박사)

장동희 전 주핀란드 대사
장동희 전 주핀란드 대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윤 당선인 앞으로 지난 5년간 무너져 내린 사회 각 분야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탈원전 같은 국내 정책과 달리, 외교·안보 정책이 실패하면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 유지에 기여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동안 핵 능력을 더욱 더 고도화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주변 4개국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다. 그러면 파탄난 외교·안보 상황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원칙에 입각해 당당하고 일관성있는 외교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경제제재에 굴복해서 약속한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않음,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정책 불가담,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중국의 사드 철폐 요구에는 선(先)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경제제재에는 WTO 제소를 통하여 해결한다는 당당한 태도를 취했더라면 중국이 지금처럼 한국을 얕보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에도 원칙없이 좌고우면하며 대러 제재에 늦게 동참하는 바람에 러시아로부터는 비우호국으로 낙인찍히면서 미국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

둘째, 북핵 문제이다. 북한은 6차에 걸친 핵실험과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성능개량을 통하여 핵무기의 실전 배치 능력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핵 이슈가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비핵화와 함께 북한의 핵무기 대처방안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김정은의 자발적 핵 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당근(우크라이나 안보를 약속했던 부다페스트 협정을 능가하는 안전보장 약속과 막대한 경제적 인센티브)과 더욱 강한 채찍(제재)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냉전 시대 미소 간의 상호확증파괴(MAD) 이상의 확실한 억제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 복원이다. 북핵에 대한 억제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미국과는 혈맹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개국 협의체인 쿼드와 5개국 정보공유 동맹인 Five Eyes에 적극 참여하고, 그동안 축소 내지 연기되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조속 재개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한일 관계 악화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공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근본 원인이지만,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이를 이용한 측면이 강하다. 윤 당선인이 과거사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 의지를 표명한 것은 제대로 된 방향이라 본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한일 관계 개선을 향후 1, 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액션플랜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한일 관계가 단순한 양국 관계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하나임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인권, 기후변화, 환경, 군축, 팬데믹 등 전 지구적 문제 해결과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 외교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