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경북 울진, 삼척에서, 가깝게는 달성군 가창 오리마을 인근에서 몇 날 며칠씩 꺼지지 않는 산불을 보고 있자면 참담한 마음이 앞선다. 통계적으로 10년 이내의 산불 원인으로 입산자 실화가 36%, 논밭두렁 소각 17%, 쓰레기 소각 14% 등이며 대형 산불은 모두 12건으로 건당 평균 약 100㏊(약 30만 평)가 불에 탔다. 우리의 산불은 70%가 사람이 그 원인이다.
산불을 보고 있자면 상대적으로 간벌이 생각난다. 유럽에 거주하던 몇 년 동안 알프스와 같은 산에서 끊임없이 벌채를 하는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간벌이라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목재나 톱밥, 펄프용 칩 등의 원료로 쓰이는 간벌재를 수집하는 비용이 ㏊당 60만 원이라면 수입 비용은 ㏊당 50만 원에 불과하니, 비싼 돈을 들여 굳이 간벌을 할 필요가 없다. 설령 간벌을 해도 벌채가 된 상태의 미이용 목재를 제때 회수하지 않아 오히려 불을 더 키운다. 미처 회수 못 한 간벌재가 '산속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산에는 나무가 울창해야 하고 그런 산을 보면 까닭 모를 만족감에 사로잡힌다. 이때 나무는 관상용이나 환경보전 차원이다. 그러나 이젠 산림자원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벌채를 하고 나무를 소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열병합발전단지를 건립해서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쓰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또한 간벌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 등이 거론된다. 실례로 일본이 2018년에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지원을 시작해 간벌을 통한 에너지원 확보, 전기 생산, 일자리 창출, 산림 레포츠, 목재를 활용한 관광자원 등의 부수적인 효과를 보게 되었다.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에너지 자원 활용 차원에서 바이오매스의 하나인 목재 펠릿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알프스의 중심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펠릿 생산량이 134만5천t(한국은 2019년 기준 24만t)이고 바이오매스 열 공급 지역은 2천377곳에 이른다. 대부분 나무 연료로 난방을 하는데 대형 발전소보다 소규모 발전시스템을 구축, 지역 인근 마을 단위에서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소가 141곳에 이른다. 영국도 우드칩 소형 열병합발전소가 150여 곳이 넘는다.
독일은 펠릿의 90%가 제재소의 톱밥으로 만들어지고 200만t의 펠릿이 거의 전량 가정용 난방에 사용된다. 특히 독일은 반경 50㎞ 이내의 마을 주민들이 에너지조합을 만들어 '나무 에너지 마을 중앙난방' 시스템으로 마을 공용 보일러를 운영한다. 정부에서는 보일러, 열배관, 열교환기 등 수요자 부담 설비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도 산림청에서 2018년부터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 안을 고시하고 임업 활성화의 시동을 걸었다. 마을 주민들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으로, 올해까지 한 곳당 44억 원을 들여 전국 4개 마을을 선정, 지원한다. 임업 선진국에 비해 이제 걸음마 수준이지만 시작이 다행스럽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다. 정작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대규모로 펠릿을 수입해서 나무와 함께 석탄발전을 하는데, 35% 수준의 발전효율에 대한 지적과 연료의 장거리 운송, 저장 시 탄소 배출, 더 값싼 연료에 대한 선호로 더욱더 늘어난 폐기물 축적 등에 의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나무는 공공재이다. 공공재가 허망하게 산불로 사라지기 전에, 나무를 활용해 여러 가지 부수적인 덤을 얻는 게 더 현실적이다. 나무를 알차게 소비해서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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