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호미 하나 남은게 없어" 올해 농사 걱정에 이재민들 한숨만

입력 2022-03-09 14:51:42 수정 2022-03-10 06:03:23

이재민 70~80%가 농민, 씨앗마저 모두 불타
농협중앙회 "농사도구 등 필요한 모든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산불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울진군 북면 소곡리의 한 농가와 밭에서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농민들이 대부분인 이번 산불 피해 주민들은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한 종자와 도구 일체가 불에 타며 더한 고통을 안고 있다. 독자 제공
산불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울진군 북면 소곡리의 한 농가와 밭에서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농민들이 대부분인 이번 산불 피해 주민들은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한 종자와 도구 일체가 불에 타며 더한 고통을 안고 있다. 독자 제공

울진을 덮친 화마가 엿새 만에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한해 농사 걱정에 벌써부터 한숨이 늘고 있다.

종자 씨앗은 물론 호미며 곡괭이 등 농사도구 일체가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린 탓이다.

요즘은 감자 등 밭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한창 밭을 일굴 시기이지만, 변변한 밑천은커녕 주거지마저 잃은 농사꾼들 가슴의 불씨는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울진군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지역에서는 총 50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240명이 17곳의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다.

화재가 산간 오지마을을 중심으로 번진 것을 감안하면 이번 피해자의 70~80%가 농업에 종사하는 고령층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산불을 피해 건진 것이라고는 당시 입고 있던 옷가지와 휴대폰 등이 고작이다.

눈으로나마 농사지을 땅을 살펴보고 싶어도 대피소나 임시거주시설 등이 자신의 마을과 다소 떨어져 있어 차가 없는 고령층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울진군 북면 검성리의 정경화(62) 씨는 "남은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밖에 없는데 맨손으로 땅을 헤집어야 하나. 한해 농사를 지어 한해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목숨줄이 몽땅 날아가버린 셈"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러한 사정이 알려지자 다행히 지난 8일 농협중앙회가 피해자들에게 종자와 농사도구 일체를 지원할 방침을 전해 한줄기 희망을 더해주고 있다.

이날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는 산불 현장을 찾아 울진군 관계자 등에게 농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종자를 비롯해 호미 등 간단한 농사도구와 비료, 퇴비 등을 모두 무상지원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장에 손해사정사를 급파해 농업인 산불 피해자들이 현장에서 손실보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금동명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장은 "비상재원과 별도로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활동을 벌여 재원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를 각 지역농축협을 통해 농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피해 주민들 대부분이 우리 농협의 조합원들이다. 이웃이 아니라 내 가족을 돕는 일이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