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불길에 접근도 어려워, 매캐한 연기에 의도치 않은 눈물과 기침 연속
15ℓ 용량의 등짐펌프…가벼워질수록 오히려 불안
열흘 넘도록 매일같이 산 오르고 내려가는 소방대원 ‘피로도 높아질까’ 우려도
8일 오전 찾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 지난달 26일 발생한 주암산의 주불은 잡혔지만, 운흥사 부근 산불은 한창이다. 건조한 날씨 속에 발생한 산불은 참으로 끈질기다. 아직도 진화율이 40%에 그치는 등 주불이 잡히지 않고 있다. 발화 지점인 운흥사 부근에서 피어난 연기는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방화복 입고 직접 진화 작업 나서보니…온몸이 금세 땀으로
소방당국은 산불이 민가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했다. 전날만 해도 민가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새벽 사이 불이 크게 확산했다. 취재진도 방화복을 입고 한 손에는 갈퀴를 든 채 산 비탈길을 올랐다. 야간조가 불을 끈 현장은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한 불씨가 가득했다. 갈퀴로 잔불 정리에 나섰지만 한두 번 파헤쳐서는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2인 1조로 함께 움직였던 김현동 소방위는 두껍게 쌓인 낙엽들로 잔불이 계속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낙엽층 속에서 올라오는 열도 엄청나다. 이 때문에 산불 진화 중에 신발이 녹아 흘러내리기도 한다.
약 1시간 뒤에는 주불을 진압하고자 산 중턱으로 이동했다. 빨갛게 휘몰아치는 불길은 앞서 정리했던 잔불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온이 6~7도 분포를 보이는 꽃샘추위가 한창이었지만 뜨거운 불길 속에 온몸은 금세 땀으로 젖었다. 매캐한 연기로 눈물과 기침이 쉴 새 없이 나왔다.
특히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낙엽 등이 타면서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30cm가량 쌓여있는 낙엽들은 작은 바람에도 금세 불이 붙었다. 김 소방위는 "연기가 많으면 베테랑 소방대원들도 넘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등에 진 15ℓ 용량의 등짐펌프가 점점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불안해져만 갔다. 주변에 물을 뜰 수 있는 '간수시설'이 마땅치 않은 데다, 물을 채우러 다녀오면 그새 불이 크게 번지기 때문이다.
펌프 속 물이 바닥으로 향해갈 때쯤 소방차량과 연결된 고압펌프 호스가 산으로 올라왔다. 추가로 지원 온 호스로 오전 11시 30분 기준 민가를 위협하던 산불은 잠시나마 사그라들었다.

◆소방대원 부상 속출…주민들 온정이 그나마 위안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오랜 시간 지속된 산불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등산객들이 찾는 산이 아닌 탓에 등산로가 없고 산세가 험하다. 산 아래도 경사가 가파르지만 주불이 잡히지 않는 정상 쪽에는 45도에 가깝다. 최근 산을 오르다 부상 당한 소방대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소방 관계자 A씨는 "이때까지 산불은 길어야 3~4일 정도였다"며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는데 언제 진화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꺼질 줄 모르는 산불에 소방대원부터 동원된 공무원, 군부대 인력 등 피로도도 높아졌다. 소방대원들은 휴무에도 오전 7시에 나와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실정이다. 가창면생활개선회 등 10여개의 자원봉사단체들의 온정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신명숙 가창면생활개선회장은 "산에서 연일 고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수가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3일이나 돼야 비가 내릴 전망이다. 더군다나 저기압의 이동 경로에 따라 강수 여부는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임야 16ha 이상 훼손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산림청으로부터 헬기 1대가 지원됐다. 시민들이 안전할 수 있게끔 빠르게 산불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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