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여가부 매우 중요"… 윤석열 폐지 공약 겨냥?

입력 2022-03-08 13:10:09

"명칭, 형태 바뀌더라도 더 발전해야"…대선 이슈 언급 부적절' 지적도

세계여성의 날인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현지 간호장교에게
세계여성의 날인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현지 간호장교에게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장미꽃과 함께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차기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나 명칭, 형태 등에 대해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겨냥한 듯한 언급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영애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여가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받은 뒤 "여가부와 관련된 논의가 건설적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여가부 폐지 공약이 공론화된 이래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대선 정국에서 여가부 폐지를 비롯해 '이대남'(20대 남성) 등 젠더 이슈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데 따른 우려로도 풀이된다.

젠더 갈등이 두드러지는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여가부가 담당해 온 역할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로 출발한 여가부의 연혁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의 여가부는 지난 20년간 많은 성과를 냈고, 더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 정책과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폭력·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 업무는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고 세계적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젠더 갈등이 증폭돼 여가부에 대한 오해도 커졌는데, 그렇게 된 데는 여가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가부의 성과를 돌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했지만, 대선 하루 전 민감한 선거 이슈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여가부 예산을 말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가 하는 일, 역할에 대해 오해가 많다"며 "여가부는 올해 예산 규모가 1조4천600억 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한 매우 작은 부처"라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성평등 관련 예산은 여가부 예산에서도 7% 남짓으로 매우 적고, 한부모 가족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등 가족 정책에 62%, 청소년 정책에 19%, 권익 증진에 9%를 쓴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후보가 최근 유세에서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도 북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한 것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