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잿더미 된 송이산…"30년 농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입력 2022-03-08 14:48:20 수정 2022-03-08 21:46:57

울진송이 전국 생산량 10% 차지

울진군 북면 하당리의 한 송이농가의 송이산이 불에 타고 있다. 울진군산림조합 제공
울진군 북면 하당리의 한 송이농가의 송이산이 불에 타고 있다. 울진군산림조합 제공

"허망하고 답답해 공황장애가 올 것 같습니다."

경북 울진 산불로 한 순간에 삶의 원천이던 송이산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송이 주생산지인 북면을 비롯한 죽변면, 금강송면 지역 송이농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울진은 영덕과 함께 국내 송이 주산지다. 산림조합 기준 지난해 울진의 송이 생산량은 약 13톤(t)으로 전국 채취량의 10%에 해당한다.

또 울진군의 송이 채취 농가는 1천200여 가구로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북쪽지역만 400가구로 전체의 30%를 차지하며 가구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송이산을 소유하고 있는 북면 하당리의 장인수 씨는 "20ha에 달하는 송이산 전체가 불에 타버려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면서 "30년 송이농사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 참담한 심정이다"고 하소연 했다.

송이농가들은 송이는 울진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효자 임산물인데 산불로 완전 소실돼 생산자와 중매상, 소비자 등으로 연쇄적으로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 씨는 "제 개인적으로 울진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송이를 연간 10억 원 가량 생산, 판매하는데 이번 산불로 사라져 버리게 됐다"면서 "이제 내 인생에서 송이농사는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이산이 불에 타면 송이 포자 생성이 어려워 최소한 30~40년 이상 회복기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불에 탄 땅에서 송이 포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지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소견이다.

울진군산림조합은 산불 이후 정부의 피해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조합원의 경우 조합에 납품한 실적을 근거로 보상이 가능하지만, 개인 판매의 경우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향후 피해보상에서 논란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남동준 울진군산림조합장은 "이번 산불로 울진의 송이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조합 납품뿐만 아니라 개인이 기업체 등에 판매한 실적도 보상길이 마련돼야 송이농가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