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속 진화 효과 내려면 8천ℓ 담수 가능한 초대형진화헬기 절실
국내 6대밖에 없어 추가 도입 필요
국내 산불 발생 조건이 대형화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산림당국의 역량 강화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을 동반한 대형산불은 초기 진화가 중요하지만 초대형진화헬기가 턱없이 부족해 확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경북도와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산불은 최근 몇 해 동안 점점 대형화하고 있는 여건이다.
201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천119㏊의 산불피해가 났는데 평균 이상의 피해가 난 해가 2017년, 2019년, 2020년으로 후반기에 몰려있다. 100㏊ 이상 피해를 낸 산불도 2011년~2016년까지 5건에 불과했지만 2017년 3건,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3건으로 후반기에 집중됐다.
이는 기상·산림·사회적 요인 등 각종 환경이 대형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우선 봄철 기온 상승과 강수량 부족은 산불 대응에 불리한 조건이다. 최근 10년간 2~5월 강수량은 292㎜였지만 2020년 231㎜, 2021년 255㎜로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최근 3개월간 강수량은 13.3㎜로 평년 89.4㎜의 14.6%에 그친다.
빽빽한 산림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산불을 대형화한다. 국내 임목 축적량은 1990년 ㏊당 38㎡였지만 2015년에는 146㎡로 4배가량 늘었다.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이 37%를 차지, 비율이 가장 높은 것도 불리한 요소다. 특히 소나무 조림이 많아 송진이 산불을 장기·대형화하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등산인구 증가, 귀농귀촌 인구 증가 등으로 산불 빈도가 늘고 있고 여기에 봄철 강풍이 결합되면 대형산불로 이어진다는 것.
하지만 산불 대형화를 막기 위한 역량엔 한계가 뚜렷하다. 유관 기관 등을 제외하고 산림당국이 보유한 47대 헬기 중 8천ℓ를 담수할 수 있는 초대형진화헬기가 6대뿐인 점이 뼈아프다. 차순위 규모 헬기 3천ℓ의 두 배가 넘는 담수력을 보유해 강풍에도 효과적인 진화력을 발휘하지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안동산불, 2021년 안동·예천 산불, 올해 영덕·고령·울진산불 등 대형산불을 수차례 현장에서 경험한 경북도 관계자들은 "세찬 바람 속에서 실질적 진화력을 갖춘 건 초대형진화헬기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해간 다수 대형산불을 현장에서 지휘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조기 진화를 위해서는 초대형헬기가 절실하다. 정부 지원은 물론 도 소유 초대형헬기 구입도 검토할 작정"이라며 "50명 규모의 산불전문 특수진화대 구성 등 산불 대응 역량 강화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