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늑대를 사위로 삼을 수는 없다

입력 2022-02-28 19:36:23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그간의 협상 과정을 소상히 밝히며 "갑자기 최종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고,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맞서는 등 양측은 '책임'을 넘기고 있다. 극적 반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로서는 '단일화'가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제20대 대선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이상 지지율 5% 이상 후보)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선거 승패를 가르는 3대 요소로 흔히 ①선거 구도(選擧構圖) ②바람(정권 교체 같은 국민적 염원 또는 시대정신 등) ③후보의 자질을 꼽는다. '선거 구도'란 출마한 후보들과 지지층의 역학 관계를 말한다. 예컨대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은 1, 2, 3, 4이고, 윤석열 후보의 지지층은 5, 6, 7, 8인데,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이 8, 9인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안 후보의 출마 및 완주는 이 후보에게 유리하고,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가 된다. 공통 지지층 8을 윤-안 후보가 나누기 때문이다. '단일화 결렬'에 민주당이 반색하고, 국민의힘이 긴장하는 이유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렇다고 모든 후보를 '동급'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좋은 사람도 아주 좋은 사람이 있고, 조금 좋은 사람이 있다. 나쁜 사람도 조금 나쁜 사람, 아주 나쁜 사람이 있다. 이 모두를 싸잡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모든 것에는 정도(程度)가 있고, 그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 처사다. 마음에 드는 사윗감이 없다고 '늑대'를 사위로 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조선 후기의 혼란과 일제강점기 35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황폐한 나라가 되었다. 그 이전에도 오랜 세월 우리는 가난과 질병을 숙명처럼 이고 살았다. 교조적 이념에 빠진 무능한 지도자들과 부패한 관리들이 나라를 망치고, 백성의 고혈(膏血)을 빨아 제 배를 채웠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꿈을 선사하기는커녕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부모들이 허다했다.

현재 90~60대는 바로 그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 가장 아름답고 유능한 청년들의 나라로 만들었다. 우리 5천 년 역사에 이처럼 강하고 깨끗하고 부유한 나라는 없었다.

지난 5년은 어땠는가. 천신만고 끝에 건설한 이 나라를 '친중' '친이념' '패거리 정치'가 어떻게 허무는지 국민들은 목도했다. 봉급 일자리는 사라졌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았다. 저축으로 일어설 희망을 잃은 청년들은 주식, 코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느라 빚더미에 올랐다. 이 흐름은 종결형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건국 이래 최악의 정권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재 선거 구도와 판세로 볼 때 그 바람은 요원하다. 오히려 '나라를 망치지 않을 후보' '지난 5년의 폐해를 만회할 후보'를 뽑기만 해도 선방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차선, 그것도 아니면 '최악'이라도 피해야 한다. 3월 9일 만사를 제쳐 두고 투표소로 가셔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식이 살고, 내가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