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민지(MZ)]팔공산 “헤이마”-그림 같은 소나무와 예술작품 속 ‘더 진한 커피향’

입력 2022-03-02 13:30:00 수정 2022-03-02 19:03:28

대구 동구 파계로에 위치한 카페 '헤이마 포인트'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굽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포근한 봄 날씨에 팔공산 드라이브 길가의 벚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생기를 되찾고 있다. 대구 시내에서 동화사나 파계사 쪽으로 가는 길에 차문을 조금 내리고 달리면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송림지에서 한티재로 올라가면 중턱에서 구불구불한 길가의 느티나무 터널이 반긴다. 카페 헤이마는 팔공산 나들잇길에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헤이마(HEIMA)는 아이슬란드어로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청금강 앵무·뉴기니아 앵무 눈길

팔공산 파계봉의 남서쪽 끝자락에 늘 푸른 소나무와 예술작품을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카페 헤이마는 대구 동구 파계로 583에 위치한다. 파계삼거리에서 공산파출소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

카페 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비스듬히 누운 채 손님을 맞이한다. 마당 오른쪽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왼쪽에도 조금 더 큰 소나무와 향나무, 배롱나무가 울타리처럼 서 있다.

암수가 완전히 다른 색깔을 지닌 뉴기니아 앵무.

오른쪽 새장에는 청금강 앵무, 뉴기니아 앵무, 아마존 앵무 등 열대지역이 원산인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사람의 말을 잘 따라 하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한다. 참새들이 날아와 앵무새들과 합창을 하기도 한다.

카페 정원의 녹색 나무들이 멀리 보이는 산과 어울려 자연스럽다. 카페의 건물 2개 중 위쪽에 있는 '헤이마 포인트'의 동쪽 벽 앞에는 옆으로 자란 굵은 소나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짙은 녹색잎을 뽐내며 서 있다. 소나무 앞 작은 팻말에는 수령 300년, 높이 4m, 둘레 1.9m로 기록돼 있다. 신라시대 화가인 솔거의 그림 속 노송이 살아서 황룡사의 벽 밖으로 나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생생히 살아있는 나무라 새들이 벽에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굵은 소나무 옆 너럭바위에는 분재 소나무가 화분도 없이 쑥쑥 자라며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카페 헤이마 포인트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액자속 소나무가 하나의 동양화를 연상케하고 있다.

소나무 옆 정자와 커피 로스팅실 지붕은 기와로 덮여 있어 현대식 카페 건물에서도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카페 서쪽의 황토집 앞에는 잉꼬들이 재잘거린다. 황토집 지붕을 너와로 이어 강원도 지방의 산골을 떠올리게 한다. 황토집 옆에는 수령 500여년의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이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안내판에는 수령 550년~600년, 높이 5.5m, 둘레 7.5m로 적혀 있다. 합천 수몰지의 느티나무가 충청도 지역을 거쳐 다시 대구로 옮겨져 뿌리를 내렸단다. 느티나무의 커다란 두 줄기 중 하나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말라버렸다. 줄기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돌담을 높이 쌓았다. 손님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있도록 다리와 난간을 설치했다.

◆숲 같은 식물벽에 작은 폭포

헤이마 포인트 안에서도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깥 정원의 굽은 소나무와 분재들을 볼 수 있다. 소나무 뒤에는 멀리 팔공산 자락이 보여 마치 산 속에 온 듯하다. 실내에 있어도 밖에 있는 것 같다. 건물의 벽 곳곳에 콘크리트 내 철근을 가로나 세로로 노출해 낡은 것처럼 보인다.

낮 12시에 문을 여는 이 카페에는 평일 오후에도 젊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후 4시 쯤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우선 건물 내 서쪽에 조성된 식물벽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고사리류, 풍란, 서양란, 아레카야자 등 각종 식물을 심어 만들었는데 오른쪽 벽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만든 작은 폭포가 눈길을 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새장에서는 노란 카나리아가 노래한다. 물소리와 초록색 식물들이 어울려 아열대 지역의 숲 속 같다.

블랙커피인 '브라질 후루타 초코 포르치'(왼쪽)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높은 천장에는 마른 참나무를 거꾸로 매단 뒤 등을 주렁주렁 걸어 놓아 마치 설치작품처럼 연출했다. 작은 폭포의 물이 카페 내 창가를 따라 흐르도록 개울처럼 만든 뒤 주위에 연산홍, 율마, 로즈마리, 서양란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새봄에도 꽃을 볼 수 있다. 건물 옥상에는 군데군데 작은 소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조성했다.

경북 영주에서 온 권기현(26·안경사) 씨는 "건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SNS와 블로그에서 검색한 뒤 방문했다"며 "지금까지 가본 곳 가운데 이 카페의 인테리어와 커피 맛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블랙커피 종류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와 '브라질 후루타 초코 포르치'를 주문했는데 핸드드립 커피라 맛이 깔끔하다"고 했다.

카페의 건물 옆 '로스팅 랩'에는 '헤이마에서 판매하고 있는 핸드드립과 싱글오리진, 드립백 원두들은 마이크로 랏 및 스페셜티급 생두만 사용하며 직접 로스팅 후 자체 평가 시간을 거쳐 제품으로 내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안내판을 걸어두고 있다.

고사목 같은 향나무는 짙푸른 잎을 한아름 안고 있다.

◆굵은 향나무와 하얀 자작나무

점심시간 이전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일년 내내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카페 '헤이마'를 찾는다. '헤이마 포인트'와 '헤이마'는 다리와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계단을 내려오면 왼쪽에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굵은 향나무가 맞이한다. 나무 몸통은 고사목 같은데 가지에는 짙푸른 잎을 한아름 안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밑둥치부터 동아줄 같은 주황색 줄기가 살아서 수액을 끌어올린다. 팻말에는 수령 500년 이상, 높이 4.3m, 둘레 3m로 적혀 있다.

카페 동쪽에는 돌담을 따라 하얀 자작나무들이 높이 솟아 있어 이색적이다. 4년 전에 강원도 평창에서 15년 쯤 된 자작나무 40그루 구입해 심었는데 팔공산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카페 남쪽의 야외 벤치 주변에도 작은 자작나무 5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백두산에는 아름드리 자작나무가 많아 사진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단다.

카페 '헤이마'의 동쪽에는 하얀 자작나무들이 높이 솟아 있다.

헤이마 포인트와 헤이마를 잇는 다리 아래에는 작은 계곡이 조성돼 있어 여름철 젊은이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다. 계곡 입구에는 널찍한 공간에 배롱나무 한 그루와 넓적한 바위가 놓여 있어 작품 같다. 천장이 없어 눈과 비를 맞을 수 있다. 낮에는 햇살에 나무 그림자가 서쪽 벽면에 비친다. 태양이 조명인 셈이다. 7월에는 진분홍색 배롱나무꽃이 활짝 펴 화려한 생명력을 뽐낸다.

카페 '헤이마'에서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림 보며 즐기는 커피 한잔

작은 계곡에서 보면 북쪽의 높다란 돌담과 남쪽의 하얀 현대식 건물이 대조를 이룬다. 바닥에 납작한 돌로 길을 만든 뒤 가운데에 작을 물길을 만들었다 바위 위의 석등과 살구나무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죽은 살구나무에도 능소화 덩굴을 얹어 한여름에 주황색꽃을 볼 수 있다. 계곡에서는 돌담 위로 고개를 내민 정원의 소나무와 향나무를 볼 수 있다. 계곡을 따라 나오면 카페 뒷마당에도 주차장이 나온다. 카페 주인의 손님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카페 '헤이마 포인트'와 '헤이마' 사이에는 작은 계곡이 눈길을 끈다.

작은 계곡을 둘러본 뒤 카페 헤이마에 들어서면 갤러리 같은 공간이 나온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벽에 걸린 예술작품을 볼 수 있어 한결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대관료를 받지 않고 2개월간 작품을 전시한다고 한다. 커피와 차, 베이커리 종류도 다양하다. 하트 모양의 우유를 띄운 카페라떼의 맛은 다른 곳보다 더 부드러운 편이다.

카페 대표 홍석호(61) 씨는 "20년 전부터 나무를 좋아해 한 그루씩 모아 직접 심고 가꿨다"며 "가족이나 연인끼리 소나무와 예술작품을 둘러보며 1, 2시간 힐링할 수 있도록 갤러리 카페로 꾸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