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뒤 경북서 사과 재배 어려워…아열대작물 특화해야”

입력 2022-02-24 16:27:51 수정 2022-02-24 18:42:54

기후변화로 지역농업 위기 직면, 대부분 시군서 현재 작물 재배 힘들어
대경연 “현장과 시장 중심 아열대작물 육성해야”

경북 시군별 미래 사과 재배적지 변화. 대구경북연구원 제공
경북 시군별 미래 사과 재배적지 변화. 대구경북연구원 제공

불과 8년 뒤에는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를 재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후변화에 발맞춰 지금부터 아열대작물 특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24일 대구경북연구원(이하 대경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90년 이후에는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현재의 특화작물은 재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과는 2030년 이후 영양·봉화를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재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 2070년 이후 국내에서 아열대 기후지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지역농업이 변화를 겪으면서 아열대작물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시범적으로 재배되는 수준에 그치고, 재배면적도 넓지 않다.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열대작물 재배가 활성화된 편이 아니다. 타지역과 비교했을 때 경북이 주산지라고 할 수 있는 아열대 채소와 과수는 아직 없다. 다만 감귤류는 경북에서 재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경연은 경북지역의 장점을 살려 아열대작물 특화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높은 품질과 역량 있는 선도농가, 풍부한 특화작물 육성 경험과 정책 기반은 경북이 가진 강점이다. 국내산 아열대작물은 수입산에 비해 당도가 높고 품질이 뛰어나다. 경북 선도농가들은 아열대작물 재배를 위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반면 높은 진입 장벽과 유통 등 관련 기반 부족은 약점으로 꼽힌다.

많은 투자비용과 높은 위험은 아열대작물 도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열대작물은 틈새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시장과 유통망이 형성되지 못했다.

경북에서 아열대작물을 육성하려면 현장 중심의 도입·확산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대경연은 주장했다.

본격적인 아열대작물 재배 확대에 앞서 지역에 적합한 아열대작물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탐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현장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를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생산이 소비 수요에 맞춰 점차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작물별 확산단계에 따른 차별적인 정책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경연 관계자는 "아열대작물을 경북 특화작물로 육성하려면 재배면적 확대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경북지역 특성에 맞는 아열대 연구, 종묘, 유통 등 관련 기반 시설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