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앞으로 3년 동안 트라우마", 교육청 "비평준화 지역은 가해·피해자 분리 규정 예외"
중학교 때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이 고교 진학과정에서 피해학생과 같은 학교에 배정돼 피해학생 측이 교육지원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경산의 한 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A군은 지난해 11월 경산의 한 대학 교정에서 같은 학교의 운동부 선수인 B군에게 발과 주먹 등으로 폭행을 당해 턱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어 대학병원에서 4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당시 폭행 현장에는 이들 외에도 학생들이 더 있었고, 이 가운데 C군(중2)은 B군의 요청으로 구타 장면을 촬영해 돌려보기도 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경산교육지원청은 지난 1월 5일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었고, 이어 같은달 13일 B군에게 다른 중학교로 '전학'과 '피해학생과의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가해학생 중학교 졸업 시까지)' 조치를 했다. C군은 서면사과와 학교에서의 봉사, 다른 학생 3명은 서면사과 조치를 했다.
하지만 학폭 피해자 A군과 가해자 B군이 이달 중학교 졸업 후 3월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때문.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0조(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 4항에는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해야 한다. 이 경우 피해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우선적으로 배정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법 규정의 취지는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이지만 평준화 지역 학교에만 해당되고 경산과 같은 비평준화지역은 적용되지 않는다.
평준화 지역 일반고교는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를 여러 개 지원하면 추첨을 통해 고교를 '배정'하지만 비평준화 지역은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피해 학생과 가족은 "학교폭력을 당해 고통받고 있는데, 또다시 3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생활해야하는 것은 두 번 상처를 받는 것"이라며 "고교 진학 후에도 (가해학생)전학 등을 통해 접촉을 하지 않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안타깝지만 가해학생은 중학생 신분으로 '전학' 등의 조치를 이미 받았고, 현행 규정으로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할 권한이 없어 가해학생 측에 전학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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