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모두 인상
보복소비에 높아진 명품 수요, 오픈런 부추겨
웃돈 얹어 팔 수 있는 리셀시장 활성화…여행 재개되면 수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명품 가격 인상 너무해요. 루이비통 카퓌신MM 가방이 900만원대라니요. 명품 이제 끊어야 할까 봐요."(명품 수요자 A씨)
"리셀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사실상 인상률 30~40% 아닌가요."(명품 수요자 B씨)
프랑스 패션업체 루이비통이 가격을 인상한 지 4개월 만인 16일 주요 가방 가격을 최대 26% 인상하면서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루이비통은 예물 가방으로 잘 알려진 카퓌신MM 가방은 753만원에서 922만원으로 22.4% 인상했다. 카퓌신 미니는 599만원에서 755만원으로 26% 올렸다. 2000년대 지하철·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3초에 한 번 꼴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3초백'이라는 별명을 얻은 네버풀MM가격은 20.6%(209만원→252만원) 뛰었다. 스피디 반둘리에는 사이즈별로 8~9% 인상됐다. 생산·운송 비용과 물가 상승 등이 인상 이유다. 이로써 3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올해 들어 모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코로나 시대 명품 업계들의 가격 인상 횟수가 잦아지자, 실수요층 사이에서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오픈런(백화점 개장하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감)'을 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은 리셀시장을 통해 오른 정가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탓이다.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셀 프리미엄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신고식처럼…올해 들어 명품 가격 줄줄이 인상
에르메스는 지난달 6일 가방·지갑 등 품목의 가격을 최대 7% 인상했다. 린디26은 4.2% 오르면서 1천만원대 가방 대열에 올랐고, 피코탄18은 354만원에서 377만원으로 6.5%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달 14일 일부 핸드백 제품 가격을 최대 17%나 올렸다. 코코핸들 미디움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으로 11%, 비즈니스 어피니티 미디움 사이즈는 522만원에서 607만원으로 16% 뛰었다. 이 외 롤렉스, 디올, 델보, 티파니, 프라다도 올해 들어 가격 인상 소식을 전했고, 뒤이어 다른 명품들도 추가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명품 업계들이 코로나 시대에 경쟁하듯 가격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원자재,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 요인을 내놓지만 상승률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생산비용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한번 오른 명품 가격이 다시 내려간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가격이 뛰어도 '보복 소비' 열풍으로 명품을 잘 구매해주니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적잖다.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오픈런 현상은 가격 인상과는 별개로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오픈런' 넘어 '좀비런' 만드는 리셀…불패신화 언제까지
코로나19 이후 한국 명품 시장에서 리셀은 그 자체로 '불패 신화'였다. 명품은 그간 경제적으로 풍족한 40~50대가 주요 고객층이었지만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 등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되면서 20~30대는 백화점 매출에서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오픈런으로 한번 명품을 구매하면 다음 날 리셀 시장에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더 얹어 판매할 수 있어 사실상 리스크가 없는 안정적인 투자법이었던 것이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박모(31) 씨는 "주식은 대내외 상황으로 장이 좋지 않으면 -50% 수익률도 흔한 일이고 부동산도 단기적으로 보면 조정이 잦다"면서 "명품 재테크는 그런 게 없다. 리셀러들 사이에서는 '주식 그런 거 왜 하냐'는 반응도 나온다. 텐트 한 번만 잘 쳐도 하루 만에 10% 이상 수익이 나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셀러들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하자 시중에 명품 물량이 풀려도 너무 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리셀시장에서는 인기 명품 가방 위주로 이미 조정기에 들어선 분위기도 감지된다. 명품엔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낮아진다는 수요·공급 법칙이 통하지 않은 건 희소성 탓이었다.
17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최근 1천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백의 정가(1천124만원)를 감안하면 여전히 2.3% 더 높은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지난 14일엔 정가보다 낮은 1천12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지난달 6일만 해도 1천4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말 들어 1천100만대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샤넬 가브리엘 백팩 스몰은 지난달 28일 890만원에도 팔렸지만 17일 8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늘길 열리면 명품 수요 줄고 가격 안정화될까
올해부터는 '리셀=프리미엄' 공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백화점 업계에선 하고 있다. 한국에서 리셀 가격이 뛴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품이 새로운 소비처가 됐고 잦은 명품 가격 상승에도 수요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픈런 장소의 대표격이었던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8~2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외 곳곳에서 자가격리와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백화점 업계들도 역신장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백화점 명품 수요가 줄게 되면 한정판 제품이 아닌 이상 굳이 더 비싼 리셀시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구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 대한 보복소비로 이례적인 매출을 이뤘는데, 올해부터 하늘길이 열리면 명품 수요가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년 대비 역신장률이 얼마나 클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오픈런이 줄어들면 샤넬 등 명품 리셀시장도 이전보다는 활성화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굳이 웃돈을 주고 샤넬백을 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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