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고용관계 아니어서 급여 및 처우개선 등 관여 못 해"
설악산의 작은 거인이자 기부 천사로 알려진 지게꾼 임기종(65) 씨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직·간접 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16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임 씨에 대해 노동착취 국민청원 등과 관련한 민원전화가 잇따랐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도 임 씨의 노동임금과 관련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임 씨에 대한 국민청원 관련 언론 보도들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방송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다. 임금은 누가 책정하는 것이냐.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등 내용이다.
이들은 대부분 임 씨가 지게로 물건을 운반하고 받는 돈이 너무 작다고 지적한다.
지난 9일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임 씨는 젊었을 때부터 설악산에서 지게꾼 생활을 하며 힘들게 돈을 벌면서도 불우이웃과 어르신들을 도와 과거부터 수차례 '기부 천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45년 간 설악산 내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각 사찰과 암자에 필요한 물품을 지게로 운반해 온 이른바 '지게꾼'이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산 위로 수십 ㎏ 짐을 배달하며 2시간 거리 흔들바위를 다녀오면 2만원, 30분 거리 비선대는 8천원, 1시간 30분거리 비룡폭포는 6천원, 6시간 거리 대청봉은 25만원 등 일삯을 받는다.
방송에서 임 씨는 "대청봉까지 왕복 10시간 일해 25만원을 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임금은 과거 임 씨가 스스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임금을) 내가 정한다. 너무 많이 받으면 내가 마음이 편치 않고, 주위에도 인심을 잃는다. 다들 아는 사람인데, 짐을 올려주는 경비는 받지만 내려올 때 그쪽에서 부탁하는 심부름은 그냥 해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장애인 아내와 아들을 돌보면서도 자신이 번 돈 가운데 1억원 이상은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돕고, 효도 관광을 보내는 데 썼다. 2005년 MBC 및 강원도 봉사대상 상금 800만원으로 독거노인 20명에게 2박3일 제주도 관광을 시켜줬고, 2007년 대한민국 봉사 대상의 상금 1천만원도 기부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산 위로 짐을 배달하는 지게꾼이 착취에 가까운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그가 출연한 방송 내용을 토대로 "임 씨가 수십 년 동안 몇십 kg에 달하는 짐을 운반하면서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상식 이하의 품삯을 받는 등 노동착취를 당하니 이제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청원했다.
이 청원에는 현재 2만1천900여명이 동의했다.
설악산사무소는 임 씨와 고용·사용 관계가 아니라며 급여와 처우 개선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국립공원이 그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설악산 내 암자, 사찰 등과 별도로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악산사무소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 민원 게시물에 답변을 올려 "임 씨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거나 국립공원의 물품 운반 등을 목적으로 일일 노무를 제공했던 분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임 씨가 과거 공원 내 민간시설(휴게소 및 대피소)과 암자 등에 물품을 운반하는 대가로 일당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재 공원 내 휴게소는 모두 철거됐고 대피소는 공단 직영으로 전환된 후 헬기로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 씨가 지게로 물건을 운반했던 비선대와 비룡폭포, 울산바위. 흔들바위 등의 민간 휴게소와 상가는 공원정비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 철거됐다. 대청봉 중청대피소 역시 공단이 운영한 이후부터는 헬기로 물품을 수송하고 있다.
임 씨는 지난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도 "휴게소와 상가들이 철거된 이후 일거리가 없어 건물 철거 현장 막노동과 이삿짐 운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사무소는 "임 씨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 있는지 방송과 관련한 사항을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확인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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