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 방사선과 올해 졸업…국시에 당당히 합격
지난 3년간 일 마치고 왕복 2시간 거리 오가면 수업 들어
예순이 지난 나이에 대학 공부를 시작해 방사선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만학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년간 일을 마친 뒤 왕복 2시간의 거리를 오가면서 수업을 들었고, 최근 시험을 앞두고선 대학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지도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룩한 성과다.
주인공은 최근 대구보건대 방사선과를 졸업한 정연희(64) 씨다. 고향이 경북 김천인 정 씨는 지난 2019년 입학해 3년간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김천의 한 의원에서 일을 마친 뒤 1시간가량을 차로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는 편의점에서 때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었다.
방사선사 국가고시를 준비하고자 지난해 10월쯤 직장까지 그만뒀다. 밤낮없이 공부에 매달렸다. 시험에 대비하고자 대학 근처에 작은 숙소까지 마련했다.
무엇보다 방사선과 정재은 교수의 도움이 컸다. 같은 고향 출신이면서 정 씨보다 나이가 어린 정 교수는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왔다. 교수 연구실 한쪽에 따로 공간을 내주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열쇠도 정 씨에게 맡겼다.
지난해 11월 모의고사에서 합격점수의 절반 수준에 그쳤던 정 씨는 이를 꽉 깨물었다. 자신을 믿고 도와준 정 교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다. 예상문제를 매일 풀고 또 풀었다. 열심히 준비한 끝에 최근 국가고시를 치렀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었다. 점수를 맞춰 보지도 않았다. 시험 직후 한 시간 가까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정 교수가 "정답을 매겨보자"고 다시 용기를 줬다. 그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낙담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정 씨는 "시험 직후엔 내 일처럼 신경을 써준 교수님의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슬펐지만, 합격을 확인한 순간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결과에 교수님도 무척 좋아했고 그 모습에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4녀 중 맏이인 정 씨는 항상 공부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대학을 나온 동생들을 보면서 위안을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도 정 씨에게 공부를 더 하라고 응원했다. 그러던 중 의원에서 일하며 방사선사가 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정 씨는 "남들이 보기에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해보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아 대학에 입학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며 "두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 뿌듯하다. 여동생에게 방사선사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졸업식을 마친 정 씨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요양병원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70살까지는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연희 씨는 "주변에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공부에는 나이가 없다. 좋은 대학과 교수를 만난 나처럼 열심히 한다면 한 분야의 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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