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선과 부패인식지수

입력 2022-02-15 19:33:34 수정 2022-02-15 19:41: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는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60점을 겨우 넘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10위권 경제력 등에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경제 분야의 청렴도 점수가 올라 그나마 부패인식지수가 높아졌다. 문제는 공직사회의 부패가 부패인식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부패 수준(PERC), 특히 공공자원 관리에서의 뇌물 관행을 평가하는 지수(EIU)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과 공공기관의 부패가 국가 청렴도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주요 국정 과제로 '반부패 개혁'을 설정하고, 부패인식지수 20위권 도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임기 내 마지막 조사에서도 32위에 그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상층 사회의 공정성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부패, 사회 전반의 불공정 관행이 판을 치도록 만들어 놓고서 부패인식지수가 20위권에 들어가기를 바란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였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한국 대선을 두고 "비호감 후보들의 선거에 부인들도 끌려들어 갔다"며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다(most distasteful)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겹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는 후보는 물론 배우자, 가족과 관련한 부패 문제가 대선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역겨운 대선은 아이러니하게도 부패 척결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했다. 윤 후보가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그가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 적폐는 물론 사회 곳곳에 누적된 부패를 척결할 것이란 국민의 기대가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조만간 '부패지옥'이 닥쳐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