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민화로 분류되는 그림 중에 감모여재도, 사당도(祠堂圖)로 불리는 독특한 건축물 그림이 있다. 제사를 지낼 때 걸어놓아 그 장소가 마치 사당인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림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지금 앞에 계시는 것처럼 정성을 다하라는 제사의례의 핵심인 '감모여재'(感慕如在)는 사당도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감모여재도는 사당을 그리고 그림 중앙에 종이 신주(神主)인 지방(紙榜)을 붙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제사 때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그림도 그렇다. 사당이 없는 집은 나무로 된 신주나 영정을 따로 마련해 놓지 못한 예가 많기 때문이다. 신주의 흰 바탕 아래위를 연꽃모양으로 장식한 것은 사찰에서 모시는 위패와 닮았다. 좌우에 커다란 꽃병을 놓은 것도 불단에 꽃을 공양하는 불교식이어서 유교적인 제사용 그림 속에 불교의례의 요소가 들어갔다.
감모여재도는 사당 건물과 지방을 붙이는 자리가 핵심인 그림인데, 덤으로 제사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신주의 자리인 교의 앞 좌우에 촛불이 켜져 있는 촛대가 있고 상 위에는 가지, 포도, 참외, 석류, 감귤(?), 수박 등이 그려져 있다. 제수와 상관이 없는 이런 채소, 과일류는 다자(多子), 가문 번창을 상징하는 씨앗이 많거나 넝쿨이 뻗는 종류로 구성한다. 부귀화(富貴花)인 모란을 그린 것도 제사 지내는 당사자들의 바람이어서 조상신에게 공경을 바치는 궁극적인 의미가 잘 드러난 그림이다. 제일 앞줄에는 향로와 모사기가 있다. 상다리 사이에 그려진 것은 바닥에 깐 화문석이고 그 무늬다.
그림 속 사당은 팔작지붕의 청기와가 우람하고 제삿날이라 분합문을 날개처럼 들어 올려 내부를 활짝 개방했다. 건물 뒤로는 담장을 그렸고, 지붕 위로는 소나무 가지도 드리워져 한 채의 사당이 멋지게 재현됐다. 지붕과 문, 교의, 신주, 촛대, 화병, 잔탁, 과일 그릇, 탁자의 다리, 바닥의 문양 등은 정연하게 좌우 대칭을 맞춰 화사한 색채 가운데서도 제사의례의 엄숙함을 구도로 나타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도 제사용의 이런 건축물 그림이 있다. 원래는 상류층의 의무였던 제사를 집집마다 지내게 되면서 유교문화권에서 탄생한 그림이 사당도다. 사당을 그림으로 그려 대신한다는 발상부터 민화적 상상력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없는 건물을 이미지로 대신하면서 정작 안 계신 조상을 있는 것처럼 여기라는 감모여재로 이름을 붙인 것도 재미있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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