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권한·위상 취약…명칭에 여성 표기 빼고 업무 개편해야"

입력 2022-02-13 07:51:38

여성정책연구원, 여성·가족 관련 법제 실효성 제고를 위한 연구 결과 발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꺼내 놓은 단 일곱 글자짜리 공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꺼내 놓은 단 일곱 글자짜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에 연일 대선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이 거세진 가운데 여가부 권한이 제한적이고 위상이 취약하다며 명칭에 '여성' 표기를 빼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가부가 그동안 여성 폭력 방지와 권익 증진에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여성·가족 관련 법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연구 :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을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여가부의 기능과 직제, 성과와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는 델파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5월 1·2차로 나눠 진행된 델파이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여가부가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등 성 주류화를 위한 정책 도구를 제도화한 것을 주요한 성과로 꼽았다.

성 주류화는 공공정책을 추진할 때 젠더 관점을 반영하고, 양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개방형 질문으로 여가부의 성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묻자, '성주류화 도구의 도입 및 정책적 실현'(24.5%)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젠더 이슈 공론화 및 법·제도 정비를 통한 추진기반 마련'(21.6%), '젠더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17.7%)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여가부의 주요 성과에 대한 동의 정도를 1∼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전문가들은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권익 증진'(평균 4.00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20년간 여가부 업무 범위 조정과 부처 명칭 변경 등 개편과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1년 여성부 출범'(4.67점)이 가장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후 개편과정과 기능 범위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엇갈렸다.

2005년 남녀차별 시정업무 이관에 따라 여가부의 기능과 권한의 축소를 초래한 것(2.81점)과 2008년 여성부로 명칭을 변경하며 보육·가족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한 것(2.69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또 전문가들은 여가부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위상이 취약하다는 것(4.69점), 성차별 시정기능이 부재하다는 것(4.63점)을 가장 큰 한계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현행 성평등 추진체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전면 개편을 추진할 경우 명칭에서 '여성' 표기를 빼고, 소관 업무를 전면재편해야 한다는 데 대한 동의 수준은 3.94점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젠더폭력 및 채용 등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사회 전반의 성평등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점은 기회요인"이라면서도 동시에 청년 세대 간의 성별 갈등 등으로 인해 성평등 이슈에 대한 저항감이나 반발도 등장한 것이 여가부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구조화를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여가부가 여성특화 정책만을 수행하는 정부 조직이 아니고, 남녀 모두를 위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조직이라는 것을 가시화하고 성평등 정책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