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육 재단이 어쩌다…法 "명지대 회생절차 중단 결정", 사실상 파산 수순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를 비롯해 명지초·중·고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회생절차가 중단됐다. 일각에선 명지학원이 파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8부(부장판사 안병욱)은 지난 8일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다. 법정에서 개최하기로 한 관계인집회도 취소했다. 법원은 "명지학원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심리되지 못해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5월 SGI서울보증이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명지학원의 채무는 SGI서울보증 500억원, 세금 1100억원, 기타 700억원 등 2200억~2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지학원은 회생 신청뿐만 아니라 파산 신청도 당한 상태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파산 신청은 관련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회생절차 중단이 확정되면 법원은 파산 신청 검토를 재개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명지학원이 결국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은 공고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SGI서울보증이 즉시 항고할 수 있지만 이미 회생계획안의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
법조계 관계자는 "명지학원이 다시 회생신청을 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회생결정안이 폐지돼 회생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다시 개시결정이 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지대학교 측은 "주요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회생계획안 인가 요건을 충족했으나 대체재산 확보 없이 재산처분이 불가하다는 교육부 의견으로 회생절차가 폐지된 것"이라며 "회생 중인 학교법인에 대한 교육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생을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어반캠퍼스까지 지었는데… 학생 피해 우려
명지학원의 파산 위기는 2004년 '실버타운 분양 사기' 사건으로 본격화 됐다. 명지학원은 2004년 명지대 용인캠퍼스 내의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을 분양·임대하면서 골프장도 조성하겠다고 광고했고 SGI서울보증은 분양자들에게 보증서를 끊어줬다.
그러나 명지학원은 분양 당시 골프장 건설 허가조차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07년에야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신청했지만 용인시가 불허했다. 법적 분쟁에 휘말린 명지학원은 2013년 법원으로부터 명지엘펜하임 분양 피해자 33명에게 총 19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배상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자들은 명지학원을 상대로 파산 신청을 냈다.
명지학원 입장에선 파산을 면하기 위해 대학의 보유재산 정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국대가 1700억원의 부채로 대학이 파산 위기에 이르게 되자 한남동 캠퍼스를 매각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다만, 명지학원은 단국대 방식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국대의 경우 대학의 부채여서 대학의 교육용 자산을 처분해 갚을 수 있었다"며 "명지학원은 법인의 부채인 만큼 학교의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부채를 갚는 데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학원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산 절차가 이뤄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명지학원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명지학원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 학생 수만 3만여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명지학원이 파산해 학교법인이 해산되면 각급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대학과 전문대가 폐교되면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편입 등으로 재배치가 이뤄진다. 교직원들은 실직할 공산도 크다. 초·중·고교의 경우 관할 교육청인 서울교육청에서 학생을 재배치하게 된다.
◆ 신입생인데 학교 사라질 위기…재학생들 우려
한편, 명지대 재학생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지대학교 회생 실패 기사가 확산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신입생과 저학번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엄습하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이제 우리 어떻게 하느냐", "어렵게 공부해서 인서울 했더니 고졸 초읽기", "인근 학교 편입 정말 가능한 것이냐", "망했다", "아직 교문도 못 들어갔는데 망한다네" 등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악의 경우, 특별편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시글도 속출했다. 누리꾼들은 "학생들이 무슨 죄냐, 교육부에서 책임지고 인근학교로 특별편입 추진해야 한다", "명지대 인근 학교로는 연세대, 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가 있다", "용인캠퍼스는 어떡하냐"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명지대생인 한 누리꾼은 "학교에서는 재단인 명지학원 재정문제와 학교인 명지대 재정은 별개로 문제없다고 해명해왔다" 며 "어떻게 되는 것인지 조속히 밝히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타 대학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이다", "우리 학교는 문제없을까", "명지대 재단 빵빵하기로 유명했는데…", "인서울 대학 망하는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놀랍다", "명지대생들의 신촌권 대학 편입은 반대합니다. 용인으로 가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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