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한바퀴]<7>-경북 영양군 삼지연

입력 2022-02-16 11:15:45 수정 2022-02-16 18:58:50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입춘이 지났다. 봄을 시샘하던 추위도 물러나는 듯하다. 제법 훈풍이 봄의 시작이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해마다 태양의 꽃, 연꽃이 가득한 경북 영양 삼지수변공원. 봄 기운이 움츠려든 추위를 이겨내고 태양빛을 머금으며 7~8월에 만발할 연꽃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탐방로 주변 심겨진 나무와 연못 주변 수생식물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맑은 물이 사시사철 가득 담겨있는 연못, 그 연못을 품에 안은 듯 연못을 가로질러 이어진 탐방로, 그 위를 걸을 때면 연못과 함께하는 묘한 즐거움이 있는 삼지수변공원의 재미를 한번 느껴보자.

◆물길 바뀌어 강이 못되고, 못에 연꽃 피어 '삼지연'

경상북도 영양군 삼지리(三池里). 이름 그대로 이곳에는 연못 3개가 있다. 세 연못의 이름은 '간지'(澗池), '연지'(蓮池), '항지'(項池)였다고 한다. 지금은 각각 원당지, 연지, 파대지로 불린다.

원래 삼지리는 물이 마을을 돌아간다해서 불려진 안동시 하회(河回)마을처럼 반변천 물길이 마을 3면을 휘감아 돌아 흘렀다.

마을 가운데 구슬을 던져 놓은 듯 '옥산'(玉山)이 올록볼록 야트막하게 솟아 있다. 코끼리 모양을 해서 '코끼리산'이라고 불린다. 마을을 휘감아 돌던 강물이 큰 홍수로 넘쳐 흘러 다른 물길을 만들었다. 산을 중심으로 3면에 형성됐던 강 바닥은 비옥한 땅으로 변했다.

이때 생겨난 것이 삼지(三池)다. 강 물줄기가 변해 못이 됐고, 그 못에는 연이 자라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철이면 홍백의 꽃잎으로 뒤덮였다. 그래서 이름 지어진 것이 '삼지연'(三池淵)이다.

경북 영양군은 2008년부터 8년에 걸쳐 189억원을 들여 원당지, 연지, 파대지 3개의 연못을 '삼지수변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37ha 규모다. 원당지는 자연 그대로의 휴양공간, 연지는 '삼지연꽃체험장', 파대지는 '영양고추연테마공원'으로 가꾸었다.

이곳에는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자라는 신라시대 연으로 알려진 '법수홍련'과 같은 연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3㎞ 길이의 데크 탐방로를 설치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30~40분을 천천히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쉬게 할 수 있다.

탐방로가 연못 중간을 가로지르거나 주변을 따라 설치돼 자연적인 공원의 색깔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인공미를 더해주고, 연못 주변을 애워싸고 있는 다양한 나무와 수생식물은 자칫 인공미가 주는 낯설음을 줄여줌과 동시에 자연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수상 데크길따라 연꽃 아름다운 자태 만끽

'간지'는 원당리에 있어 지금은 '원당지'로 부른다. '첫 연못'이라는 뜻이다. '연지'는 삼지2리에 있으며 연꽃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항지'는 삼지1리에 있으며 세 연못 중 가장 크다. 지금은 파대지로 불린다.

8월 한여름이면 삼지에는 토종 연꽃인 법수홍련이 피어난다. 많은 꽃잎을 피우고, 향기도 강한 꽃이다. 꽃잎 아래는 흰색을 띠고, 중간에는 선홍색, 끝에는 홍색이다. 다른 연꽃에 비해 늦도록 꽃을 피운다.

'파대지'에는 영양고추연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멋진 수상 데크가 연못 위에 지그재그로 놓여 연꽃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주차장과 전망대, 고추체험관과 카페가 초입에 들어서 있다.

데크길은 연못 사이사이로 이어져 건너편에 자리한 영양여고로 연결된다. 삼지 가운데 가장 큰 연못이다. 동서로 약 500m, 남북으로 150m 정도다.

연못 주변으로 영양군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군민들이 함께 축하하고 만들어 가는 '아기탄생 기념 나무숲'을 비롯해 메타세콰이어길, 밀밭, 고추광장, 온실 등이 산책로로 이어진다.

파대지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삼지2리 연지의 '연꽃체험장'에 다다른다. 가는 길목 제방에는 한껏 멋을 부린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150년 된 느티나무도 볼품있게 자라고 있다.

'연지'에는 연못의 중간까지 데크를 설치해 연꽃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영양지역의 전통 물레방아도 재현해 놓았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산 중턱에는 연대암(蓮臺庵)이 있다.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곳이 연대(蓮臺)이나 연꽃 가득한 연지 위에 자리하니 절묘한 위치라 하겠다. 짙은 연꽃 향이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올라 연대암에도 가득하다.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은 삼지리에 있던 원당지, 연지, 파대지를 하나의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연못을 둘러보면서 연꽃 감상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송나라 주돈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노래

우아하면서 강인한 자태, 그리고 물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정취를 내는 연꽃을 옛 사람들은 귀하게 여겼다. 초봄부터 여름까지 피는 연꽃과 수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으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야 참 맛을 느끼게 하나니, 연은 꽃 가운데 군자이다". 송나라 유학자 주돈은 '연꽃예찬'에서 연꽃 군자라 노래했다.

연꽃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또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다'를 의미한다. 흙탕물 속에서 맑은 꽃을 피우는 연꽃. 연꽃은 깨달음과 빛, 풍요로운 대지와 생명의 근원으로도 상징되고 있다.

그리고 씨 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어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므로 그림이나 건축물, 의복, 자수 등에 많이 새기고 있다.

삼지수변공원에서 자라고 있는 토종 연꽃은 영양군의 '군화'(郡化)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탁한 물에서도 그 물을 정화시키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진흙탕 속에서 뿌리를 내리지만 청초하고 단아한 꽃을 피우는 연꽃은 '곱다'라는 표현이 그 어느 꽃보다도 어울리는 한여름을 장식하는 꽃이다.

보통 연꽃은 평균적으로 7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 7월 말경 절정을 이루고 10월 초순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이 절정기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큼직해 탐스러운 연꽃송이와 그 틈에서 새끼를 몰고 유유히 떠다니는 새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맛 볼 수 있다.

한 줄기에서 두 개, 세 개의 연이 피는 모습을 관찰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면 연꽃의 아름다움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 삼지수변공원은 특별한 입장료나 관람조건 등이 없다.

연꽃은 오전에 활짝 피고, 오후에는 꽃잎이 본디 모습을 숨기기 때문에 오전 9시~오후 2시 사이에 찾아야 연의 아름다운 자태와 꽃, 향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