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86% 은행 직접가는데…점포 수 줄어 '불편'

입력 2022-02-02 17:14:02 수정 2022-02-02 21:48:05

대구 65세 이상 노인 50명 설문 결과…7명만 인터넷 뱅킹 이용 중
대구은행 5년새 122곳→94곳…"집앞 은행 사라져 20분 이동"
금융취약층 보호 제도 필요

대구의 한 은행 점포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의 한 은행 점포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달 24일 오전 11시쯤 대구의 한 은행 점포. 고객 20명 중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주로 송금·출금·세금 납부 등으로 인터넷 뱅킹으로 할 수 있는 업무였다.

이모(70) 씨는 "50만원을 송금할 일이 있어서 은행을 찾았는데 수수료가 2천원이었다. 온라인 뱅킹으로 하면 무료로 송금할 수 있지만 이용 방법을 몰라서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은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이체 등은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 어렵고 잘 몰라서 방문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매일신문이 이날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반월당 등 2개 역에서 65세 이상 노인 50명을 대상으로 은행 이용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86%(43명)는 은행 창구·현금인출기(ATM) 등을 직접 방문한다고 답했다. 14%(7명)만이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모(80·대구 동구) 씨는 "인터넷 뱅킹을 해보려고 했지만 힘들어 접 은행에 방문한다"고 했다. 정윤선(78) 씨는 "공과금 등을 내기 위해 매달 두 번 꾸준히 은행을 가고 있다"며 "휴대폰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금, 인출 등 간단한 은행업무 처리를 위해 창구를 찾는 노인층이 여전히 많지만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여나가고 있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구에 122개 있었던 점포는 2020년 99개로 줄었다. 작년 9월까지 5개 점포가 추가로 줄어 현재 94개 점포만 남았다. 대구 지역에 있는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보면, 122개(2016년)→108개(2018년)→98개(2020년)→89개(2021년·9월 기준) 등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은행 점포 수 감소는 고령층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김모(77·대구 수성구) 씨는 "집 앞 5분 거리에 있던 은행 점포가 폐점한 뒤, 다른 점포에 가려면 이동시간이 20분은 더 늘어났다"고 했다. 이복령(87) 씨는 "은행 업무를 볼 때는 점포에 직접 찾아간다"며 "핸드폰이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뱅킹을 할 수 없다. 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노인 등 취약계층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이동점포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금융취약계층을 돕고 무료 금융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인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했을 때 모바일 뱅킹 사용법 등 디지털 교육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사업성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띠고 있는 만큼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할 사회적 책무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관 등 공공시설에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정보 자체를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림 등을 통해 부연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