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9등급도 합격", "꼴통 대학" 조롱글 삭제 요청한 사립대

입력 2022-02-01 18:48:08

KISO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다"…삭제 않기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사립대학교가 온라인 게시글이 학교를 모욕하고 대외적인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삭제를 요청지만 거절당했다.

KISO 정책위원회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심의 결과에 따르면 A사립대는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 등 표현을 쓴 게시글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다. 이 글이 학교를 모욕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포털 등 인터넷 게시글을 자율심의하는 기구인 KISO 정책위는 '해당 없음'을 결정, 삭제를 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KISO 정책위는 신청인의 지위를 비교적 폭 넓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공직자, 언론인 등의 공인'으로 규정했다. 앞서 KISO가 교육부에서 선정한 재정지원제한대학 목록 및 이와 관련된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 심의 과정에 따르면 사립대는 교육부장관의 감독을 받는 공교육 체제에 속해 있으며 사립학교법에 의해 공립대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와 혜택을 받고 있다.

또 심의대상 게시물 내용을 보면 대학의 신입생 모집요강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공적 관심사 및 공적 업무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에 KISO 정책위는 해당 게시글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지 여부를 따져봤다.

그 결과 KISO 정책위는 게시글 본문에 포함된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라는 서술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게시글은 이 학교의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후 두 줄의 코멘트를 덧붙인 것인데, 이 학교가 만든 공지에는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이란 문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KISO 정책위는 정원 미달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으므로 만약 수능 9등급이나 수능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지에는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이라는 문구도 나와 있다. 따라서 게시글 본문에 포함된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라는 서술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목의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라는 표현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나, 해당 게시물과 같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등'이 아니라 단순히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고 표현했다면 이는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