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교육 거친 후 활동…2013년 시작 아이 인성교육 도와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 '옛날 이야기'와 같은 것들은 시시하다 여길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주필녀(72) 할머니는 유튜브보다 훨씬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 아이들을 웃기고 울린다.
주 할머니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야기 할머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야기 할머니란 한국국학진흥원이 일정 기간의 교육을 거친 후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우리나라의 옛 전래동화나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만 56~74세의 여성 어르신들을 말한다. 지난해까지 대구에 196명, 경북에 240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어린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13년부터 이야기 할머니가 된 주 할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이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어린이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할머니는 "유치원에서 인성교육을 위해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취지에 공감해 이 활동을 선뜻 지원했다"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나랑 너무 잘 맞아서 열심히 신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애썼고, 자녀들과의 스케줄도 모두 이야기 할머니 활동과 겹치지 않게 맞추려 노력하는 등 열정 넘치는 '이야기 할머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주 할머니가 한 해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약 35편 정도. 할머니는 옛날 이야기들을 모두 외워서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이야기 대본을 받으면 주인공은 파란색 형광펜으로, 악당은 주황색 형광펜으로 표시해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외운다. 나이 때문에 암기하기가 쉽지는 않다지만 외워질 때까지 여러번 노력하다보면 절로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단다.
그렇게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어느 새 아이들은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있고, 그 모습을 보며 주 할머니는 이야기 할머니로써 활동하는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때로는 엉뚱한 모습으로 할머니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한석봉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때였죠. 한 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걱정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아이는 '한석봉이 불 끄고 글씨를 쓴 뒤 어머니에게 쫓겨날 때 슬퍼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비록 그렇게 쫓겨나긴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명필이 됐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달래줬던 기억이 나네요."
주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특히 4년 전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할 때에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흘리는 일도 많았었다. 주 할머니는 "그 어린이집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던 마지막 날 아이들이 내게 안겨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그곳 선생님들도 '손자처럼 아이들을 살갑게 대해 주신 분은 어르신이 처음'이라는 말을 들은 뒤 돌아오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 할머니는 "앞으로 커 나갈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 만으로도 너무 보람있는 활동이 '이야기 할머니' 활동"이라며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