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설 계약한 A사 아니라 고층에 콘크리트 올려주는 B사가 작업…편법 재하도급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신축 공사 과정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담당한 업체 대신, 해당 업체에 장비를 빌려주기로 한 업체가 재하도급으로 작업한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문건설업체인 A사에 콘크리트 타설 업무를 맡기고 계약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하던 중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붕괴 당시 타설 작업을 하던 작업자 8명 모두 A사 소속이 아님을 확인했다.
해당 작업자들이 근무하는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추고서 A사에 펌프카를 빌려주는 임대 계약을 맺었다.
원칙적으로는 B사가 펌프카로 고층까지 콘크리트를 옮겨주면, 골조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업체 A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타설해야 한다.
그럼에도 B사는 콘크리트 운반뿐만 아니라 타설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사 직원들에게 이른바 '대리 시공'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B사 대표가 "우리 회사는 콘크리트 타설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A사와 B사가 불법 재하도급 규정을 피하고자 장비 임대 계약과 용역 계약을 별도로 맺었을 가능성도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계약 관계로는 불법 재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전형적 재하도급 구조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편법 재하도급 형태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장비를 대주는 펌프카에서 인력을 수급해 작업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타설 회사가 아예 처음부터 (타설 비용을 포함한) 면적별 단가를 정해 펌프카 회사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있다"며 "붕괴 사고가 난 현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고 현장을 대리 시공한 업체는 주로 외국인을 고용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체다. 전문적이고 숙련된 타설공이 투입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는 "A사가 필요한 장비를 임대했더라도 타설 작업까지 일괄적으로 임대 업체에 맡겼다는 것은 불법 재하도급이 명백하다"면서 "하청과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나가는 것은 재하도급의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다.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불법 재하도급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는 지난 11일 최상층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까지 16개 층 내·외부 일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타설 작업 중이던 작업자 8명은 모두 대피했으나 그 아래에서 창호 등 공사에 투입된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사고 엿새째인 이날까지 실종자 중 1명만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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