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재명 후보 탈모 처방

입력 2022-01-12 19:53:38 수정 2022-01-13 10:30:30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약 건보 적용'이 관심을 끌자 민주당이 한발 더 나가 가발과 모발 이식도 건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 그래도 건보재정 적자 심화로 '후세대에 적자 떠넘기기'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 의문' 같은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건강과 직접 관련 없는 탈모, 가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연간 수십조 원(건보) 지출 중 1천억 원 정도 가지고 퍼주기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문제를 대하는 그의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다. 건강과 직접 관련 없는 약제는 비급여가 기준이다. 건강보험을 확대하자면 난치성·불치성 위중증 환자, 빈자와 노약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나 급여율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수십조 원 중 1천억 원은 본질이 아니다. 그럼에도 표가 된다면 기준, 우선순위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탈모 대책과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저렴한 카피약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탈모에 대한 보건산업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탈모를 개선하겠다는 점에서 두 후보의 입장은 같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방식은 세금 퍼붓기(다르게 말하면 세금 더 걷기)이고, 안 후보 방식은 탈모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제약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늘린다. 한쪽은 후배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다른 한쪽은 후대에 힘을 실어준다. 한쪽은 문제를 덮으려 하고, 한쪽은 해결하려고 한다.

이 후보는 "농촌이 살려면 농촌이 먹고살 만해야 한다"며 "농민기본수당 확대"를 밝혔다. 농촌을 살리는 것은 농업이지 농민수당이 아니다. 농촌 문제를 해결하자면 농업 구조 개선,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정규직 '공정수당' 확대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문제를 풀자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경직성, 산업구조,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후보는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대답'할 뿐 '질문'하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직면했을 때 대답하는 자는 동굴로 피신하고, 질문하는 자는 기능성 의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