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사고'에 대구 아파트 입주 예정자 불안 확산

입력 2022-01-12 15:47:06 수정 2022-01-12 20:44:02

市, 공사 현장 긴급 점검 나서…17일부터 175개 현장 전수 조사
올해 40단지·2만여가구 공급 앞둬…"무리한 공사기간 근본 원인" 지적
참사 지켜본 시민들 충격… 전문가들도 "있을 수 없는 일"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연합뉴스

광주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입주를 앞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했고 대구시는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오후 3시 47분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38층, 705세대 규모로 오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명에 대해선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올해와 내년도에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대구 지역 입주 예정자들은 더욱 불안한 마음이다. 대구는 올해 40단지·2만2천가구가, 내년에는 48단지·3만3천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역의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건물 완성된 뒤에도 불안해서 못 살 것 같다"며 "도대체 어떻게 시공을 했길래 저런 후진국형 사고가 나냐"고 시공사를 질타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사고를 지켜본 건축 관련 전문가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같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외부 충격 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철골 구조를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거나,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이 발코니 확장 구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구 한 건물 인허가 담당 공무원은 "발코니 확장구간에는 철근을 이어서 연결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결속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 기간을 앞당기는 관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대구 한 건축설계사무소 소장은 "입주 날짜가 잡혀있고 촉박하다 보니 무리하게 시공하다 생긴 사고로 보인다"라며 "나머지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전체 공정을 비현실적으로 잡고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8개 구·군과 합동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해용 대구시 경제부시장, 권오환 도시재창조국장 등은 이날 오후 3시 북구 고성동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았다. 대구시는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1만㎡ 이상 공사장 175개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오환 도시국장은 "지난 10일 경주에서 대형 건설장비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고 이번에는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가 있었다"며 "다가오는 설 연휴기간은 장시간 공사현장을 비워야 한다. 안전계획에 따라 현장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세심하게 조사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12일 대구시가 북구 고성동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12일 대구시가 북구 고성동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