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제 공약 닮아가는 李…'이재명박'의 결과는?

입력 2022-01-11 17:42:12 수정 2022-01-11 20:54:07

비전 선포식서 '5·5·5' 강조…국가 성장 전력 수치로 표현
MB 캠페인 '7·4·7' 떠올려
명분보다 실리 중시 유사성…이재명 "비교 말라" 불쾌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명명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명명한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캠페인이 본인의 극구 부인에도 '경제 대통령'을 앞세워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의 핵심인 이른바 5·5·5 공약(코스피지수 5000·국민소득 5만달러·종합국력 세계 5위)이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연평균 7% 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과 유사한 것은 물론, 자신의 도덕성 논란을 과감한 정책 승부수로 돌파하는 정치 스타일 등으로 인해 이재명박(이재명+이명박)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신경제 비전' 선포식은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5·5·5 공약을 재차 강조하는 자리였다. 이 후보는 발표문에서 '세계 5강'을 무려 12번이나 언급하며 "국민소득 3만불의 주역인 제조업을 5만불 성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만들겠다. 주가지수 5천포인트 시대를 열어 제치겠다"고 말했다.

국가 비전을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과 꼭 빼닮았다는 분석이다.

토건 공약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이 후보는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를 조기에 추진하겠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한 항공교통망 구축도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도심 철도 구간을 지하화해서 도심의 단절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운하' 공약 못지않은 전국 단위 대규모 교통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것이다.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감됐던 동부구치소를 떠나 안양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감됐던 동부구치소를 떠나 안양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자신의 공약이 이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에 대해 불쾌감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일엔 "이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소리였다. 거기에 비교는 안 해주면 좋겠다"고 잘라 말했고, 이날엔 "7·4·7 공약은 기망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을 정책 화두 선점을 통해 정면 돌파하고,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적인 면모에서 두 사람의 유사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대구경북 출신으로 수도권 단체장을 역임한 경력과 자수성가 생애 이력도 꼭 닮았다는 것.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론이 압도하던 17대 대선에서 제1야당 후보였던 반면, 이 후보는 우세한 정권교체론 속 집권여당 후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후보의 대선 캠페인이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할지라도 집권여당 후보라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사실상 정권교체론'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자칫 현 정권 핵심 지지층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 수위 조절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